다른 지역 비해 늦어지는 이유

시 "개정 유통발전법 4월 발효에 맞춰"
다른 지자체는 "미룰 이유 없다" 시행
시장상인들 "대형자본 눈치보는 것"
영업시간보다 판매품목 제한도 요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형 유통자본 규제 기조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이 이 방침에 동참하고 있으나 김해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건 박 당선인은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비롯한 전통상권 보호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는 박 당선인이 직접 나서 "유통산업법 개정에 따른 대형마트 규제 강화가 지자체에 조기 정착돼야 한다"며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중소도시에서 전통시장 보호가 잘 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와함께 각 지자체들은 지난 1월 23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대형 유통자본에 대한 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2회 휴업을 공휴일에 실시하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해지역의 대형마트들은 두어 달 뒤인 오는 4월 말께나 되어서야 비로소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가 그동안 준비해 온 규제안을 당분간 시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 자율휴무로 문을 닫은 홈플러스 김해점 입구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김해시는 지난해 말부터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 개정을 추진했고 오는 3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해시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오는 4월 24일 발효되면 다시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조례 개정 작업을 중단했다. '혼란을 피한다'는 이유로 지식경제부에서 새 법에 따른 조례 예시가 내려오면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전통시장 상인은 "기존에 추진해 온 조례의 내용 역시 휴일 영업규제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고, 문을 여는 날의 영업시간 제한에만 한 두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무슨 혼란이 초래된단 말이냐"라며 "규제를 미루는 진짜 이유는, 전통시장은 힘이 없고 대형자본은 힘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김해시와 달리 부산시는 기존에 추진해 온 규제를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부터 부산의 모든 구·군 지역에 있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재개된다. 매일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고,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새로 시행될 유통산업발전법 상의 문 여는 시각이 오전 10시인 점을 제외하고는 별 차이점이 없으므로 시행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조항 일부는 6개월 후인 오는 7월 24일에 시행되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며 "게다가 조례 개정에는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미 준비해 둔 규제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해와 크기가 비슷한 청주시는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조례안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8일 입법예고를 한 데 이어, 오는 3월 시의회 의결, 오는 4월 공포, 오는 5월 행정처분 등의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두 달 정도 일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지침에 맞춰 진행하면 오는 7월 말께라야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해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자율휴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일정이 미뤄지더라도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인스토어협회 회원사가 아닌 메가마트 김해점과 탑마트 김해점 등은 여전히 휴일 없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문을 계속 여는 메가마트나 탑마트로 가면 그만인데 자율휴무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그나마 휴업하는 대형마트도 공휴일이 아닌 수요일에 휴업을 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애순 동상동전통시장 부녀회장은 "김해시는 전통시장의 사정이 얼마나 다급한지를 잘 모른다. 내가 40년간 한과를 만들어 왔는데 한창 때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얼마 전 명절을 앞두고는 메가마트 영업사원이 시장에 와서 물건을 도매로 넣어주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고 전했다. 그는 "대형마트 규제의 경우 영업시간 제한이 아니라 판매품목 제한이 더 필요하다"며 "메가마트는 시장 형태로 영업을 한다. 즉석 떡, 즉석 곡식 도정, 즉석 참기름, 즉석 김 등을 판다. 전통시장의 경우 즉석제조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만약 행정기관에서 이를 허락한 것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최근 서울시는 "대형마트들의 판매 품목을 제한하기 위해 관련 용역을 끝내고 중앙정부와 협의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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