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2층에 있는 소리작은도서관에는 늘 빛이 환하게 든다. 사진/ 박나래 skfoqkr@
2010년 경남점자정보도서관 분관 개관
점자도서 130권·오디오북 200권
큰글자도서 25권·일반 책 4600권 구비
시각장애인 해설영화 프로그램 비롯
노인·상인 위한 다양한 강좌 운영
7인 이상의 소모임 공간도 대여해줘

"보이지는 않지만 책 읽는 기쁨을 알고 있어요."
 

▲ 김기환 시각장애인협회 김해지회장이 점자도서를 손가락으로 읽고 있다.
동상동 전통시장 근처에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소리작은도서관'이다. 경남점자정보도서관의 분관이며, 2천여 명 김해시각장애인들의 소중한 도서관이다. 주소는 가락로 94번길 7.
 
이 도서관에서 만난 김기환(70)시각장애인협회 김해지회장은 "김해에 소리작은도서관이 생겼을 때 정말 가슴이 벅찼다"고 회고했다. 이 도서관은 2010년 1월 20일 개관했다.
 
"우리는 들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지만 보는 것에 비길 바는 아니다. 우리도 책을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문화생활을 하고 싶다. 여기 오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김 지회장은 "소리작은도서관은 그 이름처럼 소리는 작지만, 빛은 환한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점자책.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박경화의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등 김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들이 점자책으로 다시 제작돼 시각장애인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이 책들 말고도 시각장애인들이 요구하면 그 책을 경남점자정보도서관에서 점자도서로 제작해 준다.
 
김 지회장은 이 도서관의 류인근(56) 관장을 두고 "너무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소리작은도서관이 개관하기 전부터 류 관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를 해왔다.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류 관장은 봉사자들을 모아 함께 일반 영화관에 갔다. 배리어프리영화(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 설명을 하는 영화)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이었다. 시각장애인 한 명에 봉사자 한 명씩 일대 일 봉사로 진행했는데,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옆에서 소곤거리며 영화장면을 설명하는 식이었다. 경비도 많이 들고 힘도 들었지만, 생전 처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기뻐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이 그 어려움을 씻어주었다. 지금 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 해설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인근에 사는 학생과 어린이들도 찾아오고, 주변에서 장사하는 재래시장 상인들과 노인들도 많이 이용한다. 도서관에는 일반도서 4천 600권, 점자도서 130권, 오디오북(녹음도서) 200권, 큰글자도서 25권이 갖추어져 있다. 큰글자도서는 시력이 약한 노인독자들을 위해 큰 활자로 제작된 책이다. 오디오북과 큰글자도서는 노인 이용자들에게도 아주 유용하다.
 
▲ 소리작은도서관 류인근 관장(오른쪽부터), 공정미·주은경 사서.
이 도서관은 상인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오후 10시까지 열고 있다. 그래서 사서도 두 명이다. 주은경(26·여·주간 사서) 씨와 공정미(32·여·야간 사서) 씨는 "주부들이 시장 보러 와서 아이들을 도서관에 맡겨 둔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은 창가의 그네좌석으로 가 그네를 타며 책을 읽곤 한다"고 설명했다.
 
3년째 이 도서관에서 근무 중인 주 사서는 "프로그램마다 참여하고, 열정과 기쁨으로 삶의 나날을 채워 가는 시각장애인들을 보면 힘들다는 말이 나오다가도 들어간다. 열심히 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 사서는 "얼마 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산행을 했는데, 내가 꼴찌였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지만, 배울 점이 많고 보람도 크다.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옥순(65) 시각장애인협회 김해지회 총무는 "이 도서관의 문학프로그램에서 시를 공부했고, 시낭송도 했다. 정말 아름다운,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나는 컴맹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컴퓨터 교육을 배워 컴맹 탈출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 도서관에서는 '책과 함께 하는 한자공부', '리본공예', '상가인을 위한 POP강좌', '시각장애인 해설영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인 이상의 모임을 위한 소모임 공간도 대여하고 있다.
 
류 관장은 "소외된 사람들, 장애인, 노인, 시장상인들이 책을 읽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해뉴스>는 김 지회장에게 점자도서 읽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지혜롭게 살았을까>(강난숙 지음, 청년사 펴냄)라는 점자도서를 꺼내 손가락 끝으로 읽었다. 한참 읽어 보더니, 집에서 마저 읽어야겠다며 대출을 했다. 그는 "물질이 아무리 풍요하다 해도 마음을 다 채워주지는 못한다. 나는 지금도 세익스피어와 톨스토이를 읽는다. 이 시대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소리작은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기 등의 기기를 후원받고 있다. 후원문의/055-314-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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