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주 갑을장유병원 유방·갑상선센터 소장/ 외과 전문의·의학박사
'가슴 아픈 여자.'
 
영화 제목이 아니다. 적잖은 여성들이 유방의 통증으로 고생을 한다. 이 통증은 찌르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고,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가슴이 커지고, 울퉁불퉁한 덩어리 같은 것들이 만져지기도 한다. 어깨나 겨드랑이 쪽이 아픈 듯한 경우도 있다. 신기하게도, 이런 증상들은 월경이 끝나면 덜해졌다가 다시 시작할 때쯤 다시 아파지는 주기적인 변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아파서 혼자 눈물짓기도 하고, 누가 지나가다 가슴을 스치기만 해도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수많은 호르몬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는 여성으로서는 숙명과도 같은 현상들이다.
 
유방통증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흔히 유방암을 염려하지만, 유방암에 의한 통증은 사실 미미한 편이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의 자극에 의해 유방에 물이 차고 붓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며, 호르몬의 양에는 이상이 없음에도 유방조직이 과민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통증이 발생한다. 
 
호르몬의 변화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 생기기도 하는데, 여러가지 약물의 효과에 의해 변화하기도 한다. 특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위장약, 고혈압약, 한약 등에 민감하며, 치료제로 쓰이는 호르몬 제재들도 원인이 된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비정상적인 유방의 통증은 커피, 홍차, 콜라, 초콜릿 등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 악화될 수 있다.
 
사춘기 때 유방이 발달하는 과정이나 임신에 따른 유방조직의 변화 때문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유두나 유선 내의 염증 탓에 아픈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암인 경우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유방암 환자가 제일 많이 호소하는 증세는 유방의 혹(몽우리)이지만, 환자의 약 5%정도는 통증만 호소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왔다가 유방암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
 
통증이 아주 심해서 만지기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다든지, 월경주기에 따라 유방이 커져서 심하게 아픈 경우에는 여성 호르몬 조절제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앞에서 언급한 음식물들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늘 유방에 대한 관심과 정확한 검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상한 몽우리가 만져지거나 유방 촬영 소견상 미심쩍은 부위가 발견되면 지체없이 적극적인 진단 방법을 사용해 유방암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조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통증도 줄이고 흉터도 남기지 않으면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길이 생겼으니, 참고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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