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소리작은도서관에서 점자도서를 읽는 시각장애인을 만났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기는 그를 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책을 읽지 않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매일 신간도서가 발행되고 양서가 흘러넘쳐도 모른 척 하는 비장애인, 신간도서가 점자도서로 다시 제작되기를 기다렸다 책을 읽는 시각장애인. 어느 편이 더 심각한 장애를 앓고 있는 것일까.

 
대식>> 김맹곤 시장은 설을 즈음해 시청 전 직원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민선 5기의 치적을 강조한 것이었는데, 시청 안팎에서 '셀프 용비어천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행히 편지 끝에는 "시가 인구 60만, 전국 10대 도시로 도약하려면 그에 걸맞은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청렴도도 높아져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의미심장할 뻔' 했던 이 구절이 올해 첫 정기인사 탓에 '심금을 웃기는' 말로 변질돼 버렸다. 보은·측근·회전문·무원칙 인사 앞에서 '청렴도 강화'는 공염불처럼 보였다.

 
예린>> 약자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게 기자의 소임 중 하나라고들 한다. 나름대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끔은 이를 이용하려는 경우가 있어 씁쓸함을 느낄 때도 있다. 얼마 전 한 마을의 이장이 마을을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앞서 2주 전에 마을을 방문했을 때는 마을의 불편에 대한 문제가 보도되는 걸 꺼리며 취재요청에 불응하더니, 전혀 상반된 태도였다. 당시에는 보상 문제가 잘 해결될 줄 알았는데 사태가 여의치 않으니 기자를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명규>> 상동면 매리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마을 입구에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택시가 와 이래 안 오노…." 콜택시를 부르면 금방이겠지만, 할머니는 콜택시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 했다. 할머니한테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더니, 버스정류장까지 가신단다. 걸어서는 15분 거리였다. "옛날에는 걸어다녔지. 요즘에는 큰 트럭들이 하도 많이 지나다녀서 겁이 나…." 아니나 다를까, 좁은 도로 위를 레미콘 한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쏜살같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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