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이착륙기
(고정우 지음/지성사/464p/3만 8천원)

어린 시절 손쉽게 만들어 본 공작물은? 아마 종이비행기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종이를 반으로 접은 다음, 양쪽 날개를 두어 번 더 접으면 어쨌든 비행기 비슷한 모양이 된다. 하늘을 향해 날리면 또 그런대로 날아갔다. 비록 종이비행기라 할지라도 접을 때부터 중심을 잘 잡아주면 훨씬 높게, 더 멀리 날아갔다.
 
어쩌면 인간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비행기 한 번 타보지도 않았으면서, 비행기를 그렇게 잘 접어댔을 리가 있을까.
 
하늘을 동경하는 그 유전자를 한 번 더 각인시켜주는 책이 나왔다. '수직이착륙기'라는 제목을 보면서 바로 이거야, 무릎을 칠 남성독자들이 있을 법도 하다. 멀게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가깝게는 영화 '아바타'에서 보았고, 그 사이에 등장했던 수많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왔던 비행기들은 죄다 수직 이착륙을 했다. 그 자리에서 공중부양하듯 우주로 떠올라 사라지거나, 꽃잎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우아한 수직 이착륙. 그 장면을 생각하면 긴 활주로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린 다음에야, 날개에 생긴 양력을 이용해 공중에 뜨는 '지구의 비행기'들이 한심할 지경이다.
 
만약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면, 전 세계 공항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 긴 활주로들은 필요가 없어질 터. 수직으로 자유롭게 뜨고 내리니, 그 기동성이나 편리함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항공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수직 이착륙기를 개발해 왔다. 쉽게 이해하자면 헬리콥터이다. 일부 전투기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착륙 때 바람이 거세게 불어, 완벽한 수직 이착륙이라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항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직 이착륙은 머지 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수직 이착륙기를 개발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 수직 이착륙기가 실용화 되지 못한 원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고정우 씨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 정비장교로 25년 동안 근무했다.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열심히 찾아 읽었지만, 어린이들에게 양력을 설명하는 이야기이거나, 어려운 공식으로 빽빽한 대학교재 같은 책밖에 없어 답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가 직접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도서 집필에 나선 이유는 그 때문이다. 수직 이착륙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되겠다. 전문용어가 많으니 도입 부분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내용이 조금 어렵다 싶은 기분이 들 때마다 비행기 사진이 등장하는 올컬러판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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