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암동작은도서관은 도서관시설뿐만 아니라 놀이터와 휴식공간도 갖추고 있다. 사진/ 김정은 kimjjung@
멀리 삼방동까지 오가던 아이와 부모들
선암마을 회관 지을 때 한 층 더 올려
2007년 2월 개관해 주민 숙원 해결

이용자들과 함께 장서 개발 머리맞대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이용
"도심 도서관에서 소외된 곳 위해야
그게 진짜 작은도서관 역할에 맞는 것"

 

"불암동작은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도서관입니다."
 
시립공공도서관과 경남도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그리고 작은도서관…. 아닌게 아니라 김해에는 곳곳에 도서관이 있다. 김해시민들의 자랑거리이자, 다른 도시에서도 부러워하는 김해의 도서관 현황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의 혜택을 누리는 가운데서도 불편을 겪는 지역들이 있다. 불암동, 지내동, 대동면 일대이다. 불암동작은도서관과 대동푸른뜰작은도서관이 생기기 전만 해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 삼방동 칠암도서관이었다. 책 한 권을 보기 위해 먼 거리의 삼방동까지 가야 했으니 그 불편함은 둘째 치고라도,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은 속이 무척 상했을 것이다.
 
이 일대 주민들은 불암동작은도서관(관장 이복희)이 2007년 2월에 개관한 뒤부터 비로소 도서관의 혜택을 보게 됐다. 대동면 초정리에 대동푸른뜰작은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대동면 주민들도 불암동작은도서관을 이용했다.
 
불암동작은도서관 건립에는 불암동 주민들과 선암마을청년회를 비롯한 이 일대의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정성을 보탰다. 특히 초대관장을 맡은 김종규 관장이 노력을 많이 했다. 도서관은 불암동 220의 259 선암마을회관 3층에 있는데, 원래 이 회관은 2층으로 지을 예정이었다. '우리 마을을 위해, 인근 마을을 위해 도서관을 세우자'는 마음이 모인 덕분에 2층에서 3층으로 설계가 변경됐던 것이다.
 
백난호(41) 사서는 도서관 준비단계에서부터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2007년 3월에 정식으로 사서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불암동작은도서관의 터줏대감이다. 백 사서는 "우리 아이들이 모두 이 도서관에서 자랐다. 처음 도서관이 생겼을 때부터 열심히 다녔는데,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끼리, 또 그 어머니들끼리도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 어머니들과 백 사서 사이에는 수많은 의견들이 오간다. 아이들에게 권해야 할 좋은 책,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 그리고 자신들이 읽으면 좋을 책까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백 사서는 "우리 도서관의 장서는 열정이 넘치는 어머니들의 요청으로 구입한 게 많다"며 "장서를 구입하기 전에 어떤 책을 원하는지를 어머니들께 문의하기도 했다. 이용자들과 힘을 합해 장서개발을 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도서관의 장서 수는 8천500여 권이다.
 
불암동작은도서관의 특징은 열람보다 대출이 많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이용자 계층도 어린이들보다 어른이 많다. 평일에는 주로 부모가 와서 일반도서와 자녀들을 위한 책을 대출해 간다. 어린이들은 방학이나 주말에 부모의 손을 잡고 온다. 시험기간에는 중·고등학생들도 찾아온다. 그래서 이 도서관에는 열람공간과 공부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 백난호 사서
도서관 앞에는 놀이터와 초록잔디의 축구장이 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주말에는 온가족이 도서관을 찾고 있다. 일단 도서관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책을 본다. 책을 읽다 지겨우면 아빠와 큰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차고, 작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논다. 그러다 다시 책을 대출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책 읽기는 물론 놀고 즐길 수 있는 주변 환경까지 모두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백 사서는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면 대단지 아파트 관리동에 들어가는 시설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 도서관에 오는 분들도 왜 도서관이 아파트에 들어서지 않고, 이 곳에 있느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곳이야말로 작은도서관이 꼭 있어야 하는 장소이다. 도서관이 없으면 이 일대 주민들은 정말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은도서관은 대단지 아파트의 부속시설 같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도서관에서 소외된 지역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는 말은 울림이 컸다. 처음에는 외진 곳에 세워진 도서관이었지만, 이 도서관은 경전철 불암역·불암동주민센터·인조잔디축구장과 함께 지역의 중심 공간이 돼 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