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말 잘 안들리고 이해 어려워져
되묻고 목소리 커지면 난청 의심해야

중이염 비롯한 질병·신경 퇴화 원인
소음·스트레스 시달려도 귀 나빠져
선천성 기형이나 종양 경우 수술해야
병원서 청력검사 후 알맞은 기기 착용
초기엔 부작용 생길 수 있어 적응 필요

 

여든이 넘은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주부 이채란(43·삼계동) 씨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갈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평소 귀가 어두운 시아버지가 켜 놓은 텔레비전의 볼륨 때문이다. 대화를 할 때도 고함을 지르다시피 해야만 하는 통에 사정을 모르는 옆집에서 부부싸움을 자주 한다고 오해를 할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 씨는 시아버지에게 보청기를 해 드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봤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적절한 난청 치료법과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 착용에 대해 알아보자.
 

■ 난청의 종류와 원인

▲ 갑을장유병원 이비인후과 최병권 과장이 난청을 호소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난청 검사를 하고 있다.
난청이란 한자어 뜻 그대로 '듣기 어려운' 증상을 말한다. 사람의 귀는 귓바퀴에 모인 진동을 외이도를 따라 고막에 전달하고 진동을 증폭시켜 달팽이관이 있는 중이로 전달하면, 청신경이 있는 내이를 거쳐 대뇌의 청각 중추로 전달해 마침내 소리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소리전달 경로 과정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장애가 발생한다. 대화를 할 때 잘 들리지 않아 되묻게 되거나,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평소보다 잘 안들린다면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난청은 중이염 등의 질병 탓에 소리 전달이 안돼 나타나는 전음성 난청과 신경의 퇴화손상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감각 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이는 또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귀가 나빠지는 노인성 난청과 지속적인 소음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귀가 나빠지는 소음성 난청으로 나눌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은 연령이 많아짐에 따라 달팽이관 안의 유모세포 손실과 함께 청각신경손상에 의해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성 난청의 대표적인 특징은 소리에 대한 감지와 변별력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하는 말소리도 작게 들리고 뜻도 구분하기 어렵다.
 
소음성 난청은 초기에 높은 음이 잘 들리지 않다가 대화중에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증상으로 심화된다. 작업 중이나 모임 등에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며, 이명이 생기기도 한다.
 
난청은 과거에는 농아나 고도난청인 사람을 난청환자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생활에 불편을 느끼면 병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난청의 원인은 질병과 소음·노화로 나눌 수 있는데, 질병이 원인인 것은 외이도 질환·귀지·염증·종양·선천성 기형 등이다. 이물·귀지·염증인 경우는 간단히 치료되며, 드문 경우이지만 종양이나 선천성 기형인 경우는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갑을장유병원 이비인후과 최병권 과장은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휴대용 음향기기가 보편화됨에 따라 10대와 20대에서 난청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 청소년 귀 건강이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검사와 치료·예방법
난청의 정도는 청력검사를 통해 확인하는데, 주파수대별로 어떤 크기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순음청력검사, 단어를 구별해 내는 어음판별검사, 소리의 피로도를 측정하는 검사 등이 있다. 청력검사와 평가를 거친 후 보청기가 필요하다는 처방이 나오면 보청기를 맞추게 되는데 청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인의 청력에 가장 적합한 보청기를 선택해야 한다.
 
▲ 왼쪽부터 외이형·외이도형·귓속형·오픈형 보청기를 장착한 모습.
외이나 중이의 문제로 인한 난청은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청장년층에 생기는 난청은 만성중이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만성중이염에 걸리면 귀가 울리며 청력이 떨어진다. 귀에서 계속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또 어지럼증이 생겨 주위 사물이나 천장 등이 빙빙 도는 느낌을 받거나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만성중이염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막을 만들어 주거나 이소골을 재건하는 수술을 한다. 청력 개선 정도는 수술 전 청력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노인성 난청은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적절한 보청기를 사용해 청력에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조기에 난청을 발견해 빨리 보청기를 착용하면 적응하기 수월하다.
 

■ 보청기의 역할과 종류
시력이 나빠진 사람이 안경을 쓰듯 청력이 나쁜 사람은 보청기를 사용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대화하기가 어렵거나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이해가 곤란한 사람에게는 보청, 즉 음의 증폭이 필요하다. 이러한 음의 증폭을 위한 전기음향기를 보청기라 통칭한다. 보청기는 소리를 듣는 데 도움을 줄 뿐이며 청각을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동일한 청각장애자라도 음의 경로가 다른 경우도 있다.
 
보청기를 선택하는 첫 번째 목표는 사용자에게 언어를 보다 확실하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보청기를 기분 좋게 오래 착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며 보청기의 선택은 처음 착용했던 것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난청의 종류에 따른 다양한 보청기들.
보청기는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널리 쓰이는 신체장착형·귀 뒤형·안경형·귓속형 보청기가 있고 그밖에 특수형이 있다. 본인의 청력에 가장 적합한 보청기를 선택하려면 담당 전문의와 청각전문가와의 면밀한 상담이 중요하다. 이는 청력·직업·생활환경의 소음 정도·취미활동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보청기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보청기는 형태, 채널사양 등 종류가 다양하므로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처럼 기능과 제품사양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최병권 과장은 "보청기는 안경처럼 착용하자마자 효과를 보이지 않으므로 서서히 착용시간을 늘려가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보청기를 착용하면 발자국 소리, 초인종 소리, 삐걱대는 소리 등 이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소리 자극으로 인해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움말=갑을장유병원 최병권 이비인후과 과장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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