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맞아 어김없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 액면단위 변경)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어떤 경제체제이건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통화량은 점차 늘어난다. 그러면 화폐 단위 숫자도 커지고 고액권이 필요해진다. 숫자가 너무 커져 불편해지면 1천 원을 1원으로 바꾸는 식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원은 표시되는 숫자가 커서 불편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약 13조 달러인 미국 재정적자를 한국 돈으로 표기하면 '경' 단위의 표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에서도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언젠가 하긴 해야 하겠지만, 현금인출기를 바꾸는 일에서부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큰 탓이다. 만약 한다면 미리 발표되지 않고 기습적으로 시행된다.
 
북한은 2009년 100원을 1원으로 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계획경제를 강화하고자 국가가 개인 돈을 뺏는 목적이었던 탓이다. 가구당 10만 원까지만 바꿔주고 나머지는 은행에 맡기라는 이상한 규칙 때문에 화폐거래가 마비됐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는 초인플레이션 탓에 여러 번 리디노미네이션을 한 경우다. 2006년 1천 대 1, 2008년 100억 대 1, 2009년 1조 대 1의 비율로 교환이 이뤄졌지만 결국 화폐발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최근 한국에서 명절 때 이색 세뱃돈으로 짐바브웨 지폐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덕분에 달걀 몇 개를 살 수도 없었던 짐바브웨 1조 달러가 남대문 시장에서 4천 원 정도에 거래돼 사상 최고(!) 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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