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사이 두고 양산 원동면과 마주앉아
마을앞에서 강물 휘돌아 반달모양 강안
20여년 전까지도 주막 있던 포구 명성
원동마을과 함께 기우제 장소로도 유명
4대강 정비사업 때 강안 주막 복원 소원


"경부선 열차를 타고 원동역을 지날 즈음, 강 건너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마을이 우리 마을입니다."
 
무척산에서 바라다보면 마치 들판을 내달리다 낙동강에 다다른 금동산이 물을 마시기 위해 목을 내리는 듯 보인다. 바다를 향해 쉼없이 흐르던 낙동강도 이곳 용머리에서 잠깐 숨을 돌리며, 마을 앞을 휘돌아 반달모양의 강안을 이룬다. 그 강안 포구 이름이 '용산포'이다. 낙동강의 중심의 흐름은 거침없지만, 용산포로 들어오는 물결은 잔잔하다.
 

▲ 한때 수많은 배가 오가던 용산마을 포구 '용산포'의 한적한 모습. 4대강 개발 정비사업으로 용산포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예정이다.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그래서 용산포는 배가 떠나고 닿는 포구이기도 했지만, 낙동강에 큰 바람과 물결이 일었을 때는 인근 강가 마을의 배들이 대거 정박한 '안전포구'이기도 했다. 박정식(79) 노인회 회장은 "낙동강이 거세게 일렁일 때도 용산포에 매어둔 배들은 별 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용머리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용산포를 거느린 용산마을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양산시 원동면과 마주 보고 있다. 용산마을에 도로가 나기 전, 그러니까 20여 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은 낙동강 뱃길의 교통요충지였다. 배를 타고 원동으로 건너가 열차를 타고 구포나 다른 부산지역으로 나가려던 마을 사람들은 물론, 인근 마을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목적으로 용산포를 찾았다. 낙동강 상류에서 내려오던 배들도 용산포에 배를 대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류로 내려갔다. 그렇게 늘 사람들로 북적였던 용산포에는 주막도 두 곳이나 있었다. 그 주막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식당으로 변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김해로 가는 도로가 없었으니, 강 건너 원동에서 부산으로 가는 게 훨씬 편했지. 그때만 해도 이 마을은 부산생활권이었어. 용산초등학교를 마친 다음 중학교는 강 건너 원동중학교에서, 고등학교는 대개 부산에서 다녔어." 박 회장이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 마을에 시집온 아낙들도 대부분 양산사람들이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둔 용산마을과 원동마을은 마주 보며 기우제도 지냈다. "날이 가물면, 용산포에서 기우제를 지냈지. 김해군에서 지내기도 했고, 다른 마을에서 지내기도 했지. 기우제 준비는 우리 마을에서 했지만, 제를 올린 주최 측은 여러 곳이었어." 왜 용산포가 기우제 장소로 애용됐느냐는 물음에 박 회장은 "용산포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왔다"며 웃었다.
 
현재 이 마을에는 7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대대로 농사와 어업에 종사했다. 1970~1980년대에는 어업이 성했다. 붕어, 잉어, 숭어, 누치 등을 잡으면 원동에서 건너와 고기를 사갔다. 맛좋은 상동감자로도 유명했는데, 4대강 개발사업으로 인해 감자농사는 줄어들었고, 지금은 산딸기 농사에 주력하고 있다. 4대강 개발사업의 강안 정비작업을 위해, 강가에 있는 25가구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을 안쪽에 새로 조성되고 있는 주택단지로 옮겨갈 예정이다.
 
이주 대상인 집들과 용산포를 안내하던 김범호(64) 새마을지도자는 "강안을 정비할 때, 주막을 되살리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운치가 있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새마을지도자는 마을의 유래며 현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는 이 마을 출신이 아니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그가 이 마을에 온 것은 1999년이다. 그는 "여행하고, 등산을 다니면서 이 마을을 알게 됐다. 이 마을에서 무척산으로 난 등산로는 낙동강을 보면서 등반을 하게 되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등반 루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서 밤기차를 타고 내려올 때, 새벽 여명 사이로 낙동강 가득 피어오르는 강 안개를 보곤 했다. 절경이었다. 차창 밖으로 가슴 설레며 바라보았던 마을이 바로 용산마을이다. 그래서 이 마을 주민이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 마을의 공기가 얼마나 깨끗한 지, 여름에는 개똥벌레가 날아다녀." 김 새마을지도자의 말을 듣고 있던 박 회장이 용산마을의 자랑거리를 하나 더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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