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가격 실태와 문제점

최근 축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매가격은 큰 변화가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 실태=최근 부경양돈농협과 김해축협 등의 결산총회는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듯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요즘 돼지고기 산지가격은 지육(소나 돼지 등을 도살해 머리, 내장, 족(足)을 잘라 내고 아직 각을 뜨지 않은 고기)이 ㎏당 2천857원 선에 머물고 있어 생산비의 66%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돈협회는 반년 간 돼지 농가당 평균 1억 6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지육가격이 3천400원에서 3천600원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파국에 가까운 결과가 예상된다.
 
소값도 비상이다. 명절 이후 상반기 내내 약보합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거세우 1++등급 산지가격이 ㎏당 1만 5천 원으로 하락했다. 평균가는 1만 1천800원대에 머물러 명절 전보다 1천 원가량 내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등급별로 4~6% 떨어진 것이다. 당분간 지육가격은 1만 1천 원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전국한우협회는 2010년 이후 2만 5천 가구가 소 키우기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우 정액 판매량은 191만 4천 스트로우로 전년보다 12.3% 감소했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때 사육 크게 줄어
가격 폭등하며 마릿수 다시 원점회귀
수요 비해 공급 크게 늘어 수급불균형
㎏당 돼지고기 2850원선 형성 불구
유통비용 높은 구조 탓 소비자들 불만
협동조합 강화·전문직매장 등 늘려야

■ 원인=김해축협은 축산물 가격 하락이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우선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은 늘어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고기 소비는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한동안 수요가 늘어나다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정체된다. 한국도 몇 년 동안 경기침체와 '웰빙' 영향으로 수요가 약간 줄었다.
 
반면,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10년에 사상 최대 두수를 기록했던 소와 돼지는 구제역 등으로 가격이 폭등했다. 생육기간이 짧은 편인 돼지는 빠른 기간에 두수를 회복해 지난해에 이미 2010년 수준으로 늘어났다. 소의 경우 사상 최대 두수를 매년 경신해 왔다. 게다가 수입 물량은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 비중이 돼지고기는 25%, 소는 60%를 넘으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수입을 제한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가격은 내리는데 생산비가 계속 올라가는 것도 문제다. 농장 주변의 도시화로 갈수록 민원이 많아지고 환경부담도 늘어난다. 사료 값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때 40만 가구였던 한우농가 수가 14만 가구로 줄었지만, 대형화 추세로 인해 사육 두수는 별반 줄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고깃값은 떨어지는데 소매점 가격은 요지부동이라고 아우성이다. 이는 40%에 가까운 유통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비용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축산물은 도축과 유통이 쉽지 않으므로 정당한 인건비는 내야 한다는 논리다. 김해의 한 축산물 가공업자는 "축산물은 산지에서 나왔을 때 즉시 상품이 되는 게 아닌데 자꾸 오해를 한다"며 "이런 점은 선진국도 마찬가지고, 축산물 유통비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옷이나 구두처럼 유통비용률이 더 높은 공산품도 많다"고 설명했다.

■ 대책=그렇다면 유통비용을 줄일 수는 있을까? 한우를 출하하면 짧게는 3단계, 길게는 6단계로 공급된다. 가장 많은 유형은 농가, 수집반출상, 도축장, 도매상, 소매점, 소비자로 이어지는데 전체 물량의 43%가 이런 경로를 따른다. 가장 짧은 농가, 도축장, 소매점, 소비자는 아직 12%에 불과하다. 정부가 의도한 대형 도축장의 성장이 더디고, 도매상 역할을 대체할만한 대안이 부족한 탓이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 강화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다. 축협마다 자체브랜드가 있지만 판매 비중이 2%도 안된다. 대형마트 판매는 행사요청이 잦고 이익이 거의 없어 손해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경우 축산물은 구색맞추기용 상품의 하나일 뿐이고 수입육 비중도 높아 수익이 안 난다. 김해지역에서도 지난해에 하나로마트 한 곳이 대형마트에 밀려 폐점했다.
 
전문가들은 축산물 전문 직매장을 늘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부경양돈농협은 최근 부산 해운대에 직매장을 열었고 오는 4~5월께 장유면에도 개점을 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부위 선호도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구이용 부위의 수요가 많다. 다른 부위는 찬밥 신세이고 가공육도 많이 먹지 않는 편이다. 비인기 부위 가격이 폭락하면 인기 부위로 손해를 벌충해야 하므로 인기 부위의 가격은 별로 내려가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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