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환자가 증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얼마 만에 말을 끊을까. 인제의대 의학교육학교실 노혜린 교수에 따르면 정답은 평균 18초다. 많은 의사가 "적어도 하루 80명 이상의 환자를 봐야 병원이 유지된다. 환자가 자신이 아프게 된 배경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바빠진다"고 호소한다. 이른바 '3분 진료'의 현실이다.
 
3분 진료는 자동차 정비를 생각해 보면 아찔할 정도로 미덥지 않다.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서 갑자기 정비소에 들렀는데 정비사가 3분만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보건사회연구원은 국내 의사 1인당 진찰 건수가 연간 6천482.4건으로 OECD 국가 평균보다 2.9배나 많다고 분석했다.
 

의료계는 의료수가 현실화가 해답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건강보험은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의사는 진료행위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돈을 번다. 건강상담 같은 예방적 진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반면 '인두제(人頭制)'인 영국은 동네의사의 수입을, 관리하는 환자 수에 따라 보장한다. 과잉처치를 하지 않아도,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아도 의사는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일을 적게 해도 수입이 같으므로 과소진료의 부작용이 커서 고민이다. 미국은 의료제도의 일부분을 시장에 맡겨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서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의료제도는 정답이 없고 어떻게 바꿔도 장단점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라서 여간하면 현상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도 의료계는 의사 증원을 원하지 않고, 정부는 의료비 증가를 원하지 않으므로 현 의료제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의료제도의 큰 틀을 바꾸지 못했고, 개혁성향이 강하다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철의 여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추진력이 있었던 영국 대처 총리도 의료제도는 손을 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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