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인 1조 6천294억 엔(약 18조 8천200억 원)을 기록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엔저 공세가 낳은 역풍이다. 엔저로 수출이 늘었지만 수입은 더 늘었다.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은 내려가고 수입품 가격이 올라간다. 그런데 환율이 급변하면 수출입 물량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고 천천히 변한다. 수출입 기업 간 거래 관행에 관성이 있고, 원자재나 생필품은 수입 가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탓이다. 따라서 통화가치가 떨어졌는데 무역수지는 도리어 나빠지곤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J커브 효과(J-curve effect)'라 부른다. 무역수지 그래프가 단기간에 악화했다가 장기적으로 개선되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그나마 J커브 효과는 통화가치 하락이 일정기간 유지되면 사정이 나아지는 상황을 나타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아 환율조절로 재미를 보지 못한 사례가 허다하다. 미국은 일찍이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 환율조정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국가 간 무역의 분업화가 진행돼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 환율조정은 무의미해진다. 자국 통화가 절하되면 수출기업은 좋긴 하지만 아주 좋지는 않다. 원자재를 수입해야 상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철광석이나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철, 조선, 자동차 산업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자국 통화가 절하되면 직격탄을 맞는 곳은 서민이다. 밀,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오르면 라면이나 휘발유를 파는 내수업체는 고통스럽다. 결국 가격을 올리게 되고 소비는 줄어든다.
 
이제는 예측 가능한 관리가 환율정책의 해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게다가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계속하면 경쟁국에 고스란히 피해를 주므로 환율전쟁을 부른다. 환율전쟁이 벌어지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과는 모두 같아지는 허무한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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