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구쟁이 소년들도 석봉마을작은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을때면 진지한 모습이 된다.
아파트 주민들 뜻 모아 2009년 개관
"아이들 신발 많을 땐 정말 뿌듯하죠"
임청현 관장 매월 다독상 상품권 봉사
주민들도 심적·물질적 지원 기꺼이

각종 교양 프로그램도 매일 운영
방학 땐 특강·한달에 한 번씩 영화상영
자녀교육·학교생활 정보센터 역할도


"도서관 입구에 아이들의 신발이 가득한 걸 보면, 순간 가슴이 뿌듯해옵니다."

석봉마을작은도서관은 장유면 무계리 156의 5 대동1단지아파트 관리동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이 공간은 탁구장으로 혹은 창고로 쓰였다. 김해시가 '책읽는 도시'를 선포하면서 작은도서관이 하나 둘 늘어나자, 대동1단지아파트 주민들도 "애매한 공간을 작은도서관으로 만들자"고 나섰다. 입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지자 부녀회가 앞장 섰고, 2009년 7월 마침내 이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현재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는 임청현(45) 관장과 배은하(38) 사서는 이 아파트의 최초 입주자이자 도서관의 터줏대감이다. 임 관장은 초대 관장을 맡았다가, 2012년에 김숙향 관장에게 도서관 운영을 맡겼고, 올해 다시 관장으로 돌아왔다. "도서관에 들어설 때 아이들 신발이 많은 걸 보면 기뻐요.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는구나, 책을 많이 읽어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져요. 10년후 쯤, '석봉마을작은도서관이 키워낸 OOO'라는 플래카드를 걸 거예요. 빌게이츠를 키워낸 동네 공공도서관 역할,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임 관장은 그런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임 관장은 매월 10명의 다독자를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증정하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도서관 운영경비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임 관장이 이용자들을 위해 스스로 하는 봉사이다.
 
"다독자로 선정된 아이들이 그 문화상품권으로 또 책을 사서 보겠죠?" 매월 10명에게 문화상품권을 증정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텐데도, 임 관장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 왼쪽부터 임청현 관장, 동화구연가 이현주 씨, 배은하 사서.
배은하 씨는 2010년 7월부터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배 사서는 '우리 도서관은 주민들이 마음 편히 찾는 일종의 사랑방'이라며 자랑을 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부모님들이 모두 이웃사촌이에요. 공공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생각 탓에 긴장감을 느끼지만, 이곳에서는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편안하게 찾는 공간이다 보니, 이 도서관은 어머니들 사이에서 자녀 교육, 학교생활 등에 도움이 되는 정보센터로서의 역할도 한다.
 
이 도서관은 거의 매일 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인을 위한 퀼트·냅킨아트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바둑·종이접기·클레이아트·동화구연·스피치 등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방학 때는 특강도 열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영화 상영도 한다. 더 좋은 분위기에서 영화를 보라고, 주민 이성동 씨가 블라인드를 기증했다. 이 씨는 "우리 아이들도 이 도서관에 다니는데 뭐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전해 왔다고 한다.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뭘 도와주면 좋을지를 물어오는 주민들이 꽤 있다. 그만큼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무슨 프로그램이 어느 요일에 운영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오늘은 영화 보는 날이야!"하며 몰려온다. 꾸준히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김해색동어머니회 이현주(43) 회원이 동화구연과 스피치 수업을 했다. 스피치 수업의 주제는 '새학기 봉사위원 후보 되기'였다. 장민제(장유초 1년) 군은 "반 친구들 앞에서 내 의견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문을 닫는 오후 6시를 훌쩍 넘겨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그때까지 도서관에는 마지막 손님들이 남아 있었다.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던 배 사서의 아들 정찬혁(장유초 5년) 군과 친구 김상훈(장유초 5년)군 그리고 도서관의 불이 꺼질 때까지는 남아 있겠다는 몇몇 아이들이었다. 도서관의 문을 닫기 위해 정리를 막 끝냈을 때, 남자아이 한 명이 들어섰다. 불이 켜진 걸 보고 들어왔던 그 아이는 "내일 올게요"라며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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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맞아 '작은도서관' 시리즈를 중단하고, 다음호부터는 초등학교 탐방 시리즈를 재개합니다. '작은도서관' 시리즈는 여름방학 때 재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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