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지역 ℓ당 최고 290원 차이 불구
알뜰·고가주유소 이용률 차이 없어
출혈경쟁 견디지 못해 도산업체 속출
정유업계는 천문학적 이득으로 돈잔치


'기름값이 싸면 차가 줄을 설까?'
 
정부가 인터넷을 통해 주유소별 가격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을 보면 17일 김해지역 주유소 203곳에서 파는 휘발유의 평균가격은 ℓ당 1천973원이다. 제일 싸게 파는 곳이 ℓ당 1천899원, 제일 비싸게 파는 곳은 ℓ 당 2천189원이다. ℓ당 290원의 차이가 난다. 차에 휘발유 10ℓ를 넣으면 2천900원의 금액 차이가 생긴다.
 
그렇다면 기름 값이 싼 곳은 손님이 줄을 서고, 비싼 곳은 손님이 없을까. 실제로 현장을 가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소비자들은 주유소를 이용할 때 가격 외에 서비스와 접근성, 그리고 믿을 만한 곳인지를 따져본다고 답했다. 편의점과 정비소가 딸려 있거나, 화장실이 깨끗해서 찾는다는 손님도 있었다.
 
가장 비싼 기름을 판다고 알려진 북부동의 한 주유소. 17일 찾아가 보니 나름 단골을 확보하고 있었다. 다른 주유소보다 더 좋은 세차시설을 운영하며, 일정 금액 이상을 주유하면 직원들이 차 실내까지 청소해준다. 물티슈 등의 선물을 줄 때는 아무거나 건네지 않고 무엇이 필요하지를 손님에게 물어본다. ℓ당 50원씩 깎아주는 고객카드를 발급해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가격 격차도 약간 줄어든다.
 

▲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도입해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려 했지만 가격 차이가 미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들은 원가 비율의 96%는 '손'을 쓰지 않고 4%에 불과한 소매마진에 '칼'을 댔다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불암동에서 두 번째로 저렴한 기름을 판다고 나와 있는 주유소는 장사를 포기했다. 근처에 다른 주유소 두 곳이 있어,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다 결국 휴업에 들어갔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을 들여오는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주유소는 장기간 소매가격를 내릴 수 없다"며 "만약 계속 낮은 가격으로 파는데도 망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기름인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는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의 비율이 워낙 높아 유통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소매단계에서 조절할 수 있는 가격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의 소매가격 중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4.33% 정도다. 여기에 인건비와 금융비용, 각종 세금을 빼면 업주가 손에 쥐는 돈은 ℓ당 10원 남짓이라고 협회 측은 주장했다. 특히, 매출이익 대비 1.5%에 달하는 카드수수료가 영세 주유소의 발목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김해뉴스>가 만나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조금 더 싼 기름값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하고 품질에 의문을 가지느니, 차라리 가까운 곳에 있는 서비스 좋은 곳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북부동에 사는 소비자가 한림면 명동리에 있는 저렴한 주유소를 가려면 8㎞ 정도를 이동해야 한다.
 
김해시청의 한 공무원은 "싸다 싶으면 (불량 품질로) 적발되곤 하더라"며 "속 편하게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에서 오는 만족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는 주유소들의 경영난과 이에 따른 무리한 경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 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 월평균 판매량이 20만ℓ이므로 평균 월 순수소득이 200만 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주유소 업계의 구조정으로 지난해 폐업 또는 휴업한 주유소가 685개에 이르는 반면, 정유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은 정유부문 영업이익 1조 2천767억 원을 기록했다. 그해 정유 3사 전체 영업이익은 6조 4천953억 원이었다.
 
한편, 주입한 기름의 품질이 의문스럽다면 한국석유관리원(1588-5166)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김해에 8군데 있는 알뜰 주유소들의 경우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기름 값이 딱히 저렴하진 않지만, 한국석유관리원에서 기름을 직접 공급하므로 품질은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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