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고도' 김해가 '가야' 탓에 시끄럽다. 가야사 2단계 사업을 '중단'한다는 말이 들리더니, 곧이어 중단이 아니라 중장기 과제로 돌린다는 말이 들려왔다. 사업이 지지부진하더니 급기야는 오락가락이다.
 
지난 며칠간 지역 언론들은 "시가 가야사 2단계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경남도교육청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김해시는 도교육청의 기자회견 후 황급히 해명자료를 내고 "중단한다는 발표를 한 적이 없다. 가야사 2단계 사업은 시에 꼭 필요한 사업이다"라며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사업을 중장기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김해시 최성열 문화관광사업소장은 "건설공고 이전부지로 도교육청이 학교를 이전하면, 김해시가 현 부지를 매입해 BTL 사업비(교사신축비용)를 갚고, 건설공고 현 부지에서 발굴조사를 거쳐 국비 지원을 신청한 다음, 나머지 사업들도 차례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소장은 또 "이 사업은 우리 세대가 아니면 다음 세대에서라도 김해가 꼭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학교의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다. 해가 갈수록 학교 환경이 나빠져 교육청에는 학부모와 동창회의 민원이 넘쳐나는 실정"이라며 "김해시는 학생들과 학습권을 볼모로 삼고 있다. 김해시의 사업 의지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을 중장기화 한다면 앞으로 학생들이 얼마나 더 피해를 겪어야 한다는 말이냐"라며 답답해 했다. 도교육청은 그러면서 "시가 중장기화한다고 해명했으니 당장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론을 말하자면, 김해시는 사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업을 중단한다고 알려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김맹곤 김해시장이 간부회의 석상에서 '중단'을 지시했다는 말도 있고,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차를 마시면서 '중단'을 거론했다는 말도 있다.
 
시의 해명대로라면, 김 시장의 말을 언론에서 확대 해석한 점이 없지 않고, 도교육청은 이에 과민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사건이 터지고 난 뒤 허둥지둥 진화에 나선 김해시의 태도는 보기에 안쓰럽다.
 
그런데,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지난해에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 관계자는 "아직 유적이 발굴되지도 않은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그때, 마치 고대사의 기록에서 가야가 변방의 제국으로 머물렀던 것처럼, 현재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야유적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 놓고, 이 무슨 소동인지 답답하다. 김해시와 도교육청이 '가야'를 알리기 위해 노이즈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통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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