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호 작 "푸른 방"
먹색 벽과 짙푸른 바닥만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있다. 이 곳을 텅 빈 '방'이라 하자. 그 방의 한 가운데에는 누군가가 양 팔을 번쩍 들고 서 있다. 그의 얼굴에는 눈·코·입이 없기에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다만 머리를 약간 숙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벌을 서고 있는 듯 보인다. 그에 비해 너무나 넓은 빈 방이 그의 모습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2월 7일부터 부원동 문화카페 '부뚜막 고양이'에서 전시되고 있는 최인호의 '숨어있기 좋은 방'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고독함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작품 속 인간들은 표정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우는지 웃는지 불분명하며, 종종 어두운 배경 속에 자신의 몸을 숨긴다. 마치 캔버스 밖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조차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은 것처럼.

▲ 최인호 작 "산책"
'산책'이라는 작품을 보면, 어떤 이가 개를 묶은 줄을 손에 쥔 채 우두커니 서 있다. 제목은 분명 '산책'이건만 아무리봐도 강아지와 여유롭게 거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함께 다닐 수 있는 '사람' 대신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 순간, 자신을 엄습해오는 외로움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잊은 듯하다. '제8요일'은 한 남자(로 보이는)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의 눈과 눈썹은 아래로 쳐져 있고, 이마에는 한 줄 주름이 있어 더없이 쓸쓸해 보인다.

▲ 최인호 작 "제8요일"
최인호는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와 흙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이 그렇다. 까맣게 덩어리져 흘러내릴 듯 캔버스에 붙어 있는 재와 흙은 그의 작품에 흐르는 정서를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최인호는 자신의 외로움을 그대로 내보인다. 정호승 시인의 표현대로 '외로우니까 사람'이지 않은가.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은둔'이 아니라, 관객과 '사람 대 사람'으로의 만남을 조용히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3월 4일까지. 055-321-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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