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부가세·임금 등 줄줄이 압박
쥐꼬리 영업익 탓에 지원금 혜택 제외
매출 늘지 않는데 나갈 돈만 점점 커져

김해 제조업의 양대 축은 조선과 자동차다. 어느 업종이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지만, 조선업의 사정은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수출액이 517억 달러에서 397억 달러로 27.54% 줄었고, 세계 순위도 6위로 밀려났다. 영세 조선 관련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인의 사정을 들어봤다. 그의 첫 마디는 "대출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10만 원을 토해내고 왔다"였다.
 

▲ 19일 생림면에 있는 한 조선기자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19일 오후 4시 부원동의 한 은행. 생림면에서 직원 3명과 함께 조선 기자재를 만들고 있는 김예규(35·가명) 씨가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추가 대출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돌아온 답은 "기존 대출금 이자 12만 원이 밀려 있다"였다. 그는 마침 지갑에 10만 원이 있어 "가진 돈이 이것밖에 없다"며 건네주고 자리를 떴다. 김 씨는 "다른 은행은 앉자마자 안되겠다고 한다. 그나마 이 은행은 김해에 지점이 적어 응대라도 친절하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날은 분기별 부가세 납부일이다. 월 매출이 1천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부가세는 1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월급을 주고 나니 50만 원이 남는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김 씨의 상황이 꼭 이렇다.
 
김 씨는 추가 대출이 안되면 '캐피탈'이라 불리는 제2금융권을 알아볼 생각이다.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에 폐업할 엄두를 못낸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빛이 5천만 원으로 늘었다. 친척 등 지인들에게서 3천만 원, 은행에서 2천만 원을 어렵게 빌렸다. 아내는 "멀쩡한 회사를 왜 나와 이 고생을 하느냐"며 타박하곤 한다.
 
그가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것은 사업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김 씨의 회사는 배에 설치되는 난간이나 계단, 관물대 등을 만든다. 딱히 고급기술이 필요없어 경쟁이 치열하고 단가가 박하다. 은행은 당연히 돈을 불릴 수 있는 곳에 돈을 맡기려고 하니 대출이 쉽지 않다.
 
문제는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자금 대출마저 어렵다는 것이다. 장부상으로 그의 회사는 지난해에 매출 2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5천만 원인데, 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2명을 고용한 덕에 이들의 인건비가 수익으로 잡힌 탓이다. 신용보증기금 등 영세기업에게 대출을 알아봐주는 공공기관이 있지만, 한 해 5천만 원을 남기는 것으로 되어 있는 기업에게까지 혜택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장부상 소득은 주거문제도 암울하게 만든다. 그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아내가 소득이 있어 국민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상황이다. 연말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
 
우울한 마음으로 사업장으로 돌아가는데 예전에 일했던 외국인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밀린 월급을 달라는 말에 김 씨는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언제까지?"라는 말에 "다음 주"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공장으로 돌아온 김 씨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본인을 포함해 4명뿐이라 누구라도 쉬면 바로 작업량이 줄어든다. 김 씨는 "사람을 더 쓰면 쓸수록 적자가 커진다. 인건비, 밥값, 공구 및 피복비 등을 계산하면 중국인은 연간 2천600만 원, 한국인은 연간 3천600만 원이 들어간다. 추가 매출이 그만큼 되지 않으므로 회사를 키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업인은 누구나 회사를 키우고 싶은 꿈이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이제 한국에서 저가선박 산업은 끝났다"고 했다. 그가 거래하는 '왕 사장'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김 씨는 "왕 사장은 집을 놔두고 온 가족이 공장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덕분에 근근이 수지를 맞춘다"며 "수십억 원짜리 공장도 이제 껍데기만 남았는데, 아들이 공장을 떠나려고 해 속이 터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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