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주 갑을장유병원 유방·갑상선센터 소장 외과 전문의·의학박사
유두 분비물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여성들이 많다.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면, 이는 모두 유방암일까? 샤워 후에 유두의 분비물을 발견하거나, 속옷에 유두의 분비물이 묻어 나왔을 때 대개 유방암을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95%는 유방암과 관계없는 양성 질환이다.
 
유두 속에 있는 젖관은 파이프 같이 생긴 통로이다. 이 속에 분비물이 생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밖으로 배출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분비물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의 자극 때문에 만들어지는데,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유두를 짜거나 유방을 만질 때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서 약간의 분비물이 생길 수 있는데, 걱정이 돼서 계속 짜게 되면 그 자극으로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산 후 여성은 최대로 발달했던 유방조직들이 다시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아 모유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결코 걱정할 일은 아니다.
 
약이나 음식물 때문에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여성호르몬제·진정제·수면제·소화제·혈압약 등을 복용하면 가슴이 붓고 분비물이 나오는 경험을 한 환자분들이 많다. 특히 녹용 등 한약제재를 복용한 후 모유같은 분비물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약을 끊은 뒤 정상으로 회복된다. 때로는 뇌하수체에 작은 종양이 생겨 지속적으로 프로락틴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병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무월경을 동반하는 일이 많아 높은 호르몬 수치를 보일 때 감별진단에 도움이 된다.
 
위에 언급한 원인들로 인해 나오는 분비물들은 대개 양쪽에서 나오며 우윳빛으로 보이고 여러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한쪽 유방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다. 특히 한 개의 구멍에서만 계속 나오면서 누르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것은 십중팔구 문제가 있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분비물의 색깔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체로 피가 섞여 나오거나 물과 같이 아주 맑은 경우는 주의를 요한다. 그 젖관을 따라 올라가는 길 어딘가에 분비물을 생산하는 질병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이때는 기본적인 유방촬영술과 정밀초음파검사만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해당 구멍에 약물을 집어넣고 내부를 볼 수 있는 젖관조영술이라는 특수검사를 하게 된다. 양성종양이 대부분이지만 불행하게도 10%정도는 악성종양, 즉 유방암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직검사까지 거쳐서 확인해야만 한다.
 
유두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아니지만 유륜(젓꼭지 둘레에 있는 거무스럼하고 동그란 부분) 주위가 짓물려서 분비물이 나오는 것처럼 생각되는 상황도 있다. 유륜 주위 피부에 곰팡이균 등에 의한 염증이 생길 때, 속옷에 알러지가 생겨서 가려워 긁을 때, 아토피성 피부염 때문에 피부가 헐어 브래지어가 젖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도 절대 낫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유두에 국한돼 생기는 파젯씨병(Paget's disease)을 의심해야 한다.
 
이처럼 유두의 분비물은 원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통해 무엇 때문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혈액검사·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하면 원인을 알아내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유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외과의사는 이런 걱정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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