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자세 오래 유지하거나 잠잔 뒤
손과 발 저릿한 증상 풀리지 않으면
압박에 의한 말초신경장애 증상 의심
당뇨·비타민 부족·약물이나 독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할 수도

운동신경 이상 땐 손동작 어눌해지고
발에 병증 땐 걷거나 균형유지 힘들어
회복까지 오랜 시간 걸려 생활 큰 불편
앓고 있던 병이 원인 땐 병 치료가 우선


가수 장재인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몸 감각 이상과 함께 왼쪽 몸의 마비증세, 눈과 입 등 얼굴 모양의 틀어짐을 호소하면서 '말초신경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현재 체력이 떨어지고 얼굴마비 증상이 생겨 한쪽 눈 모양이 틀어지고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며,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이 보랏빛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40대 중반의 김희철(가명·삼계동) 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술을 마신 후 차 운전석에서 팔베개를 한 채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손끝이 저리고 저릿저릿한 증상이 생겼는데, 좀체 나아지지 않아 회사 컴퓨터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병원에서 신경치료와 함께 재활치료를 오래 받은 뒤에야 차츰 나아지더군요." 김 씨가 겪었던 증상도 장재인과 마찬가지로 말초신경장애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증상 초기엔 그저 손발저림이나 혈액순환 장애쯤으로 여겨 적극적인 병원치료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겠지' 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조은금강병원 신경과 박희영 과장은 "말초신경병증의 경우 그 원인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검사를 해도 약 25% 정도에서는 원인을 밝히지 못할 수도 있다"며 "따라서 증상 초기에 반드시 병원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말초신경장애란
말초신경은 우리 몸의 신경계 중 뇌·척수 등의 중추신경계를 제외한 신경계를 말한다. 전신에서 느낀 감각을 중추신경에 전하고, 중추신경에서 내려지는 명령을 근육이나 분비기관 또는 소화기관 등 신체 전신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말초신경장애와 같은 이상증세가 나타나게 되면 운동신경·감각신경·자율신경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알려진 병은 대략 100여가지 정도인데, 대표적 원인은 김 씨의 경우와 같이 일정한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한 뒤 말초신경 자체가 압박됐거나 외상에 의한 경우, 혈관염에 의해 신경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에 장애가 생긴 경우 등이다. 또 당뇨병·신부전증·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대사성 질환과 비타민 부족 또는 알코올 중독, 면역체계 이상, 항암제 등의 약물이나 독소, 유전성 신경병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희영 과장은 "말초신경장애 가운데 외상이나 압박에 의한 병증은 손이나 발 등 국소부위에 나타나는 반면 대사성 질환이나 영양결핍, 면역체계 이상, 약물이나 독소가 원인인 경우에는 장재인의 경우처럼 전신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전신적으로 나타나는 말초신경장애는 신경의 길이가 길수록 손상받기 쉬워 주로 발끝에서부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 말초신경장애 증상
그렇다면 말초신경장애의 증상은 어떻게 나타날까? 우선 운동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근육의 힘이 빠지고 손가락을 포함해 손동작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젓가락질, 글씨 쓰기, 컴퓨터 자판 업무, 옷 단추 잠그기, 스마트폰 작동 등 평소 쉽게 하던 세밀한 손동작이 어렵게 된다.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근육이 평소처럼 움직이지 못해 양쪽 팔이 눈에 띄게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마르게 된다.
 
만약 감각신경에 장애가 생기면 온도나 통증 감각이 둔해지고 위치·진동감각도 줄어들게 된다. 또 이상감각증과 불쾌감, 통증과 작열통 등이 나타나며 발끝에서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되면 걷거나 서 있을 때 균형을 잃고 잘 넘어지기도 한다.
 
자율신경장애가 나타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데, 소변장애나 변비·설사·성기능장애·기립성저혈압(자리에서 일어날 때 어지러운 증상)·위장관 기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진단과 치료
말초신경장애는 신경과 근육에 대한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 검사를 통해 신경병증이 나타난 신경의 위치를 파악하고 기능손상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추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혈액 및 소변검사로 당뇨·신부전증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유무나 진행상황, 자가면역질환 등과 같은 정보를 파악하며, 유전적인 신경병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유전학적 검사를 하게 된다.
 
치료는 검사를 통해 파악된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흔한 압박성 신경병증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만큼 감각과 운동이상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자극이나 물리치료와 함께 약물치료 등의 대증적 치료를 하면 좀더 빠르게 증상이 완화된다.
 
당뇨병 등 기존에 앓고 있던 병이 있는 환자에게 말초신경장애가 나타나면 엄격한 혈당조절 등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염증성 다발신경병증은 부신피질호르몬·면역글로불린·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며, 혈장분리교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과도한 운동으로 근육과 함께 신경이 심하게 당겨지거나 종양에 의한 압박 등이 원인인 경우 수술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박희영 과장은 "말초신경장애는 의외로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인데, 다리 꼬아 앉기나 책상에 엎드려 잠자기 등 올바르지 않은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대사성 질환이나 영양결핍·면역체계이상에 의한 말초신경장애는 빨리 치료를 받아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자신이 평소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조은금강병원 박희영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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