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변호사로서는 김해에서 첫 단독 개업한 정안숙 변호사가 서민처럼 사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로스쿨 출신 경남 최초 개업 기록
고향 김해서 법률서비스 목표세워
돈에 얽매이지않고 약자 도울 터

"서민 출신 변호사가 아니라 서민들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정안숙(30) 변호사는 김해에서 단독 개업한 첫 여성 변호사다. 지난달 8일 부원동에 종합법률사무소 율송을 열었다. 삼방동에서 자랐고 김해여중(43회)과 가야고(4회)를 졸업한 지역 인재다. 그는 경남에서 처음 개업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이기도 하다.
 
정 변호사는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만 해도 법조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3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부모 생각에 지난 2001년 집에서 가까운 대학의 국제어문학부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장학금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에서도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해 1년 만에 다시 입시를 준비했다.
 
정 변호사는 이듬해인 2003년 부산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렇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사법시험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법대에 갔더니 다들 시험 준비를 당연하게 여기더군요. 하지만 법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법학도가 갈 길이 많다고 생각했기에 시험보다는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대학을 다니던 중 2005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제도 도입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법조인을 길러내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설립 취지에 꽂혀버렸다. 2009년 부산대 로스쿨에 입학한 그는 학술지에 기고하거나 변론대회에 출전해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사시 준비에 전념하지 않은 덕분에 학점은 나쁘지 않았다. 모의고사 책을 사서 혼자 공부하고 면접 스터디 정도를 했는데 유일하게 지원한 모교 로스쿨에 운 좋게 합격했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정 변호사는 창원에 있는 법무법인(이하 로펌)에서 1년 정도 일했다. 여기서 사건을 한 달에 많게는 70건까지 처리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보통 지역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사무장이 사건을 나눠주면 쉴 새 없이 재판 서류를 살피고 밤에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생활을 반복한다. 더구나 요즘은 법원 근처에 임대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변호사 숫자가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
 
정 변호사도 로펌에서 다른 변호사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내다 올해 들어 김해에서 개업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고향에서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법률시장 불모지와 다름없는 김해에 와보니 짧은 시간에도 배운 점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뢰인이 찾아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상담하고 변호사 선임 없이 해결할 방법을 먼저 찾는다. "배우자와 갈등이 생겼다는 중년 아저씨부터 빌려준 500만 원을 받지 못했다는 소상공인까지,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옵니다. 선뜻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귀를 잘 여는 젊은 변호사가 근처에 있다는 말을 듣고 꾸준히 찾아옵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상담하지만 상담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아직 김해에는 전문가 자문에 비용을 치르는 문화가 약한 탓이다. 정 변호사는 "억울한 상황에 몰린 이주노동자의 경우 착수금을 받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뢰인이 생각할 때 불리한 얘기는 안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변호사가 법적인 판단을 잘하도록 털어놓고 다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돈에 매달릴 생각은 없다는 신념을 밝혔다. 그는 "동료 법조인들이 김해에 사무실을 운영한다니까 걱정을 많이 하더라. 돈을 많이 벌려고 한다면 모를까 한 달에 150만 원만 있어도 생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의료계처럼 대출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젊으니까 망하더라도 다른 일을 하면 된다. 오히려 신념과 다른 일을 하는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로스쿨 학비와 개업비용을 갚고 나면 생림면 같은 곳에 있는 자연마을에 집을 살 예정이다. "돈으로 표현되는 물질적 자본보다 문학과 예술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갖고 싶어요.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하며 틈틈이 책을 읽고 공연을 보는 것이 꿈이죠. 미래의 법률시장에서는 법조타운 시대가 저물고 전자재판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꼭 법원 근처에서 일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