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혈관으로 가는 통로인 경동맥 부위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일시적인 뇌졸중이 일어나게 되는데,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회복되지만 방치하면 후유장애가 생긴다.
경동맥 동맥경화 일시적 뇌졸중 유발
방치 땐 증상 심화돼 후유장애 우려
흉부·복부 혈관 늘어나는 동맥류
찢어지는 통증 … 터지면 급사 위험
걷기 힘든 하지파행 '스탠드' 큰 효과
신장동맥 막히면 고혈압 증세 나타나

평균수명 80대 시대를 맞은 가운데, 암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25.6%) 2위는 혈관질환이다. 그러나 암에 비해 그 심각성이 덜 알려져 있고 실제로 환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뇌와 심장을 제외한 전신의 동맥과 정맥에서 발생하는 혈관질환은 혈관의 노화현상으로 인한 동맥경화, 동맥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흡연, 당뇨, 고혈압, 신장기능 저하, 스트레스, 고지혈증 등이 원인이 돼 증상을 촉진시키고 악화시킨다.
 
뇌혈관으로 가는 통로인 경동맥이 갈라지는 부위에서 생긴 동맥경화는 일시적인 뇌졸중을 유발한다. 또 언어장애나 손발에 힘이 빠지는 현상, 얼굴표정 변화 등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회복된다. 하지만 이때 방치하면 후유장애가 남는 뇌졸중으로 진행하기 쉽다. 일시적 뇌졸중 환자 가운데 약 10%의 경우 초기 발병 이후 일주일 이내에 뇌졸중이 재발한다.
 
혈관 안에는 '지방때'가 있다. 혈관 안쪽 표면보다는 혈관의 내막과 중막 사이에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흡연 등 혈관을 손상시키는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지방때의 크기가 점점 자란다. 이어 혈관 내막이 찢어져 노출되면 지방때는 혈류로 떨어져 나가는 혈전이 된다.
 

▲ 하지파행 수술 전 촬영한 혈관사진(왼쪽)과 수술 후 스탠트 삽입으로 혈액 흐름이 원활해진 혈관사진.
양산부산대병원 외과 이상수 교수는 "환자가 가진 위험인자를 확인해 항고지질혈증약, 항혈전제, 항고혈압제, 당뇨약 등을 적절하게 조합해 조절하는 게 기본"이라며 "일부 심한 협착이 있어 경동맥의 60% 이상이 좁아져 있는 경우 경동맥 내막절제술이나 협착된 혈관을 확장하기 위한 혈관 내 스탠트 삽입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 수축의 힘을 바로 받는 흉부와 복부에는 혈관이 늘어나는 동맥류가 잘 생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혈관이다. 내막, 중막, 외막 등 3층의 막으로 구성돼 있다. 대동맥 내막에 미세한 파열이 발생하면 높은 압력 때문에 중막이 길이 방향으로 찢어진다. 이때 대동맥은 원래 피가 흐르던 공간과 새로 생긴 공간으로 분리된다. 이를 대동맥 질환이라 한다.
 
흉부 동맥류는 가슴통증과 쉰 목소리가 주된 증상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가슴 앞쪽, 등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또는 배 위쪽에 나타나는 대동맥 박리 등도 있다. 복부 대동맥류는 흉부에 비해 발생 빈도와 수술 건수가 늘고 있다. 증상은 배꼽 주변 복부 부위에 박동하는 혹이 만져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바로 병원에서 혈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방치해 대동맥이 점점 커져 터지게 되면 급사할 수 있다. 혹이 터지기 전에 혈관CT(컴퓨터 단층촬영)를 통해 검사하면 혈관 내 시술을 통해 대부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 복부대동맥류의 치료 전과 치료 후의 컴퓨터단층촬영 사진.
최근에는 하지파행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파행이란 200~500m를 걸으면 다리가 뻐근하고 종아리가 아파서 쉬어야 하고, 다시 걸으면 200~300m밖에 걷지 못하는 증상이다. 이는 하지동맥의 협착 또는 폐쇄 때문에 영양분과 산소를 가진 혈액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한다. 환자들은 간혹 비슷한 증세를 가진 척추관 협착증과 혼돈해 척추클리닉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파행에 걸리면 다리가 차갑고 시리며 가늘어진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털이 빠지기도 한다. 척추관 협착증이 동시에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파행을 그대로 두면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아프고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 결국 하지를 절단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막힌 혈관을 대신해 혈류가 통하는 길을 새로 만드는 혈관우회로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다양한 스탠트와 풍선을 이용한 치료를 복합적으로 적용해 좋은 치료 효과를 얻고 있다.
 
복부 대동맥에서 갈라지는 혈관 중 복부 내 장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3개의 혈관이 있다. 이들이 막히면 부위에 따라 밥을 먹고 난 뒤 1~2시간 후 심한 통증이 발생, 음식에 대한 공포가 생겨 체중감소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외에 신장동맥이 막히면 혈관 골반통과 약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의 증세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개복해 혈관을 연결하는 큰 수술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스탠트 설치로 쉽게 치료되기도 한다.
 
이상수 교수는 "혈관외과에서는 각종 사고로 인한 응급혈관손상이나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혈관기형, 버거씨병, 레이노드병, 각종 혈관염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맥질환 중 가장 빈도가 많은 하지정맥류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심부정맥 혈전증, 암수술 후에 생기는 임파부종, 만성신부전 환자의 투석을 위한 동정맥류 수술과 투석중에 생기는 각종 혈관합병증 등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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