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추억과 마음을 기증품에 담아 나누는 아름다운가게 서상점의 김정수 팀장.

2008년 개점해 올해 벌써 5주년
수익금 1억 8천만 원 이웃에 지원
"김해시민이 주인 … 언제든 기증"


"어서 오세요. 아름다운가게입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봄꽃처럼 환한 미소와 경쾌한 인사가 쏟아진다. 손님들은 옷을 몸에 대보며 서로 골라주기에 정신이 없다.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중년신사는 모자를 써 보며 거울 쳐다보기에 바쁘다. 5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는 자동차 놀이에 푹 빠졌다. 가게 안에는 봄비를 맞고 피어나는 새싹 같은 초록빛 생기가 넘친다.
 
서상동에 자리잡은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금을 국내외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전국에 총 116개의 가게가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서상점은 2008년 4월에 문을 열어 이달로 개점 5주년을 맞았다. 지난 5년간 9천여 명의 김해시민과 30곳이 넘는 단체가 기증에 참여했다. 5년간 누적된 수익 나눔액은 1억 8천만 원에 이른다. 아름다운가게는 수익금을 김해지역의 소외 이웃 421명과 단체 13곳에 나누기도 했다.
 
가게 한쪽에 마련된 사무실 문을 열자 봉사활동을 벌이는 활동천사들의 이름표가 가득 달려 있다. 아름다운가게의 살림을 맡아 꾸려가고 있는 김정수 팀장이 포근한 웃음으로 인사하며 활동천사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곳에서는 정기봉사자 61명이 매주 4시간씩 교대로 활동하고 있어요. 활동천사는 물품을 구매하는 손님들과 기증자를 응대하고 매장을 관리하지요. 기증상담과 신청도 받고 있어요. 아름다운가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분들이죠."
 
매장에서 계산을 담당하는 활동천사 김혜진(47) 씨는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을 통해 건강과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딸과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2011년도부터 시작했어요. 건강이 안 좋아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먼저 앞섰지만 매주 토요일 자원봉사를 하면서 건강도 많이 되찾았어요. 자원봉사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많이 합니다. 가게에 올 때마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받아가죠."
 
아름다운가게에는 매일 수많은 추억과 사연이 모여든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모인 물건들은 가게를 찾는 손님들 손에 들려 새로운 추억을 얻는다. 서상점에 기증된 물건들은 바다를 건너 먼 이국땅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도 한다. 아이 옷이 진열된 매장에서 한 외국인이 오래도록 옷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가말(37) 씨는 아름다운가게의 단골손님 중 하나다. 스리랑카 출신인 그는 고향에 있는 두 아들을 위해 매주 가게에 들러 옷과 장남감을 산다. 김 팀장은 내달이면 4년 8개월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가말 씨와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우리 가게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요. 한 번은 가말 씨가 아침부터 낮까지 식사도 안 하고 4시간 동안 옷을 고르고 있는 거예요. 그에게 점심을 같이 하겠냐고 물었죠. 사실 가게 안에 변변한 반찬은 없었지만 계란을 구워 김치를 곁들여 가말 씨와 함께 맛있게 먹었어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죠."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상동이어서인지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 중 30%는 외국인이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누구나 찾아와 친구가 되는 이곳은 기증된 물건을 통해 추억과 마음을 이어주는 지역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팀장은 마지막으로 김해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기증천사의 물품, 봉사천사의 사랑, 구매천사의 정성으로 꾸리는 곳입니다. 가게의 주인은 가게를 이용하는 김해시민입니다. 기증을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아름다운 가게에 전화(055-321-5045)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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