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의 발전에 따라 여러가지 질병들이 극복되고 있지만, 비만은 여전히 불치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류를 좌절시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각종 암과 당뇨병 혹은 심뇌혈관질환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비만이 자리잡고 있다.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를 하면 생명이 연장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체중을 늘리기는 쉬워도 감량하기는 무척 힘이 든다. 빠진 체중을 계속 유지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국내외적으로 장기간 투여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는 한 가지 뿐이다. 따라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예로부터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 되고 있다. 현재 체중감량과 관련해 효과가 입증된 식사요법을 보면, 단백질은 최소 필요량을 반드시 보충해 주되 당질과 지방 섭취를 다소 제한하는 것이다. 이때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단을 구성하고, 너무 심하게 식사를 줄였을 때는 영양제를 따로 보충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문제는 표준식사요법으로 각자 만족하는 체중에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만 환자들은 표준식사요법보다는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줄여준다고 호도하는 각종 다이어트 식품이나 단식 요법에 현혹되기 쉽다. 하지만 에너지 섭취를 극도로 줄이게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계속 단식을 할 수도 없다. 다이어트 식품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면 처음보다 체중과 체지방이 더 늘어나게 된다. 이를 '요요현상'이라 부른다. 연구에 의하면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그냥 뒀을 때보다 줄였다가 다시 체중을 늘렸을 때 건강에 더 나쁘다고 한다.
 
그렇다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토끼가 간을 꺼내 놓는 식의 단식이나 다이어트 식품이 표준식이요법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식욕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사람은 식사시간이 되면 시계를 보지 않더라도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 허기가 생겨 식사를 챙긴다. 이는 위장의 '그렐린'이라는 펩티드 때문이다. 개인마다 정해진 식사시간만 되면 그렐린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러면 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반대로 식사를 하고 있으면 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부터 대장에서 펩티드 YY(3-36)가 분비되기 시작해 곧 포만감이 느껴져 그만 먹고 싶어진다. 위장을 절제받은 사람은 그렐린 분비가 줄어 식욕 저하와 체지방 감소 효과로 인해 체중이 줄어들고, 반대로 대장을 절제한 사람은 포만감이 잘 느껴지지 않아 체중이 늘어난다.
 
단식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체중과 체지방이 줄게 되면, 위장에서 그렐린 분비가 늘게 된다. 이 때문에 식욕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단식을 중단하고 식사를 재개하는 순간 엄청난 열량이 들어오면서 원래보다 체중이 더 늘어난다. 반면, 표준식사요법으로 체중을 서서히 줄여나가면 감소한 체중은 오랫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제 2가지 옵션이 있다. 단기간에 급격히 빠진 체중으로 잠시 즐거워하다 결국 처음보다 체중이 더 증가해 슬프게 만드는 단식 또는 잘못된 다이어트 식품이 있다. 그리고 체중은 서서히 줄지만 오래가는 표준식사요법이 있다. 이 중에서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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