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지역에서 성 불평등 해소 운동을 벌이는 '김해여성의전화'의 공선미 회장.
지역 성불평등 해소 위해 2000년 개설
성폭력상담소 운영해 피해여성 지원
5월 '여성폭력없는 달' 지정 각종 행사

'세계 27위.' 지난달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성 불평등 지수다. 2011년 세계 11위에서 1년 사이에 16단계나 순위가 하락했다. 게다가 지난해 우리나라는 OECD 33개 회원국 중 여성고용률 27위, 성별 임금격차 1위로 집계됐다. 다양한 여성운동 활동 덕에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사회 내 성차별은 팽배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김해지역의 성 불평등을 해결하고 모든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김해여성의전화' 공선미 회장을 만났다. 김해여성의전화는 2000년 창립해 현재 회원은 230명이다. 1983년 문을 연 국내 최대 여성인권단체인 여성의전화 회원사다.
 
공 회장은 "1999년만 해도 김해에는 여성인권 대변 단체가 김해YWCA밖에 없었다.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문제를 상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상담소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여성 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한 여성인권운동가 10명이 김해지역 여성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1년간의 준비 끝에 김해여성의전화를 만들었다.
 
김해여성의전화는 부설기관으로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한다. 성폭력으로 피해를 본 여성들을 지원하고,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상처를 아물게 도와준다. 피해여성을 만날 때마다 늘 마음이 아려온다는 공 회장은 지난 13년간의 활동 중 잊을 수 없는 사건 하나가 있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2000년에 있었던 일이에요. 70대 노인부터 옆집 이웃까지 동네주민들이 장애여성을 장기적으로 성폭행을 해왔던 사건이었죠. 가해자만 8명이랍니다. 하지만 피해여성 가족들도 장애인이어서 일을 해결해줄 수 없었어요. 결국 가해자 8명 중 6명을 형사 처벌하고 장애여성을 쉼터로 옮긴 후 사건은 마무리 됐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장애여성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에 노출돼 있어요."
 
공 회장의 어깨를 처지게 만드는 건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차별이라는 벽이다. 그는 "교육, 의료시설의 분야에서 여성평등은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경제, 정치분야에서의 여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성 격차지수는 세계 116위"라며 안타까워했다.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은 많이 높아졌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장 답답한 건 많은 기관, 단체들이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는데 요즘에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5월은 김해여성의전화가 가장 바쁜 달이다. 이 달을 여성폭력이 없는 평화의 달로 지정하고 내외동 연지공원과 거북공원에서 평등 그림그리기, 성교육 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는 매달 셋째 금요일 저녁에 회원 10여 명과 함께 내외동 상가를 중심으로 뿌려지는 유해전단지 수거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공 회장은 "내외동은 학원가와 술집이 혼재돼 있다.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데도 유해전단지가 거리에 많이 나돌아 다닌다. 꾸준한 활동으로 예전에 비해 전단지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공 회장은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가야 될 길이 여전히 까마득하다. 인권신장이라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시작은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여성인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김해여성의전화 활동에 적극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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