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3일 울산태화컵 댄스스포츠 대회 출전을 앞두고 이수훈 씨가 딸 이솔, 아내 전상선 씨(왼쪽부터)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건강 회복 위해 아버지가 먼저 입문
부부갈등 해소하려 딸이 파트너 나서


빨간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남녀가 피아노 선율에 맞춰 우아하게 춤을 춘다. 두 남녀는 연인보다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며 큰 무대를 활보하지만 한눈에 봐도 나이 차이가 꽤 난다.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이 무척이나 닮았다. 이들은 다름아닌 아버지와 딸이다. 김해시 삼정동 김해고등학교 이수훈(54) 행정실장과 그의 딸인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3학년 이 솔(21) 씨다. 부녀는 7년째 댄스스포츠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왔다.
 
댄스스포츠에 문외한이던 이 실장이 춤의 매력에 빠진 건 2004년이었다. 직무연수로 댄스스포츠 강좌를 신청한 게 인연이 돼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중년에 접어들고 보니 체력이 점점 약해지는 걸 느꼈다. '건강을 위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딱 떠오른 게 댄스스포츠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후 장유에서 댄스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여자와 손을 잡아야 하는 댄스스포츠의 특징 때문에 아내 전상선(47) 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춤을 추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전 씨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딸과 함께 가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댄스스포츠 교실에 등록했다. 이 실장은 아내가 댄스스포츠를 배우면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겠지라고 기대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반대였다. 남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전 씨는 이전보다 더 남편의 댄스스포츠 활동을 반대하게 된 것이다.
 
부모가 연이어 신경전을 벌이던 어느 날, 보다 못한 딸이 싸움을 말리기 위해 "아버지의 파트너 역을 맡겠다"고 자청했다. 이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 아버지와 통하는 게 많아 파트너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막상 해 보니깐 정말 재미 있었다. 가정의 평화와 춤의 즐거움을 동시에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딸이 호흡을 맞추자 실력은 금새 쑥쑥 늘어났다. 부녀는 2007년 부산교육감배 대회, 울산 태화컵 대회, 영남댄스스포츠연맹 창립기념대회에 나가 교원부와 장년부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 씨가 대학에 가는 바람에 부녀는 잠시 댄스스포츠를 중단했다. 그러다 이 씨가 2학년이 된 지난해부터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전 씨는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부녀의 후원자다. 그도 건강을 위해 지난해부터 남편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 실장은 "지금은 아내가 대회에 나갈 때마다 뒷바라지를 해주고 항상 미소로 응원을 보내준다. 앞으로 모던 2종목, 3종목, 5종목 수상에 도전한 뒤 아내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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