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판사가 12세 된 성폭력 피해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막말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법률조력인'을 통해서 언론에 알려졌고, 그 후 해당판사의 해명 및 서울변호사협의의 재발 방지 대책 촉구가 뒤따랐다.
 
지난해에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관련 조항에 의하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무료로 선임할 수 있다. 이렇게 선임된 국선변호사가 '법률조력인'이다.
 
필자 역시 법률조력인 제도가 생긴 이래 피해자의 인권보장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공감을 하고, 법률조력인으로서 수 차례 청소년 성폭행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부족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앞으로 법률조력인 제도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필자는 최근 친부가 중학생인 친딸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의 법률 조력인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피해자의 친모가 친부의 성폭행 사실을 딸로부터 듣고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딸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사건처럼 아동·청소년 성폭력 가해자가 가족인 경우, 현행 제도상으로는 피해자가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 법률조력인 활동을 하면서 느낀 법적·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성범죄 신고 및 상담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담 센터를 확충하고 특히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둘째,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가해자로부터 격리되어 보호받으면서 일정 기간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인적·물적 시설이 필요하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가해자로부터의 격리가 필요하고, 재판 후에도 피해자가 원한다면 정신적·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가해자와 격리되어 보호를 받으면서 생활을 할 수 있는 인적·물적 시설이 필요하다.
 
셋째,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의 처벌을 엄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폭력 재발을 위한 사후 대책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인 관여가 필요하다. 이 사건처럼 친모가 이혼을 원치 않는 경우,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가 실형을 선고 받는 것으로 사건 처리가 끝난다면, 가해자가 형의 복역을 마친 후, 또 다시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 재판부는 가해자 및 가족이 사후 피해방지 및 피해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토록 강력하게 요청하고, 검찰 내지 관련 행정청과 협조하여 위 대책이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가해자에 대한 친권박탈, 가해자에 대한 별거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으로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는 가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우, 특히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 외에도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신 치료 및 전문적인 관리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다섯째, 법원과 검찰 그리고 관련 행정 기관이 서로 협조하여, 지속적으로 피해자 및 가해자를 사후 관리하여 성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위의 역할의 상당부분을 정부 지원 하에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범죄피해자 조력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에서 범죄 피해자 조력 단체를 좀 더 활성화시켜 위에서 제시한 여러 피해자 보호 방안을 실행하도록 한다면, 가정 내 아동·청소년 폭력 피해자들의 인권보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