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적으로 보면, 이러한 대중화된 음료를 접함에 있어 태음인 체질의 사람은 일반적으로 커피가 몸에 보약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에서는 본초를 파악함에 있어 약물의 효능을 성분 분석보다는 형색기미(形色氣味)를 통해 파악한다. 커피는 향이 강하고, 쓴맛이 강하다. <동의보감>에서는 향기가 두터운 것은 양중지양(陽中之陽)으로 몸에 열을 나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현대의학적으로 보면, 커피의 카페인과 폴리페놀이 체내에서 대사되어, 뇌를 각성시키고 주의집중력을 높인다고 보고되어 있다. 요컨대 커피는 각성의 효력이 강한 음료인 것이다. 따라서 내수(內守:남이 못하는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는 능력 또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음)가 강하고, 체내에 기운이 응결되기 쉬운 체질인 태음인에게 일반적으로 어울리는 음료이다.
그렇다면 몸에 열이 많고, 외향적인 소양인에게는 어떤 음료가 어울릴까? 소양인에게는 한 박자 쉬어 갈 수 있는 차가 적합하다. 특히나 동양에서는 다도(茶道)라고 할만큼 차의 이완작용과 명상, 사색을 결합시켜 이해했다. 본초강목에서는 녹차를 차가운 기미를 지닌 것으로 보았다. 소양인의 처방에서 석고와 같은 본초의 작용도 알고보면 해열이다. 녹차와 석고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급한 사람은 한 템포 늦추어가는 것이고, 늦은 사람은 한 템포 빨리 출발해야 한다. 급한 사람은 급한 성정이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열이 나고 조급해지기 쉽다. 따라서 차를 마시며, 몸의 불을 끄고, 한 번의 명상 후에 일을 도모한다면 큰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보면 그렇지 않은가? 고려 태조 장화왕후 오 씨가 버드나무 잎으로 태조 왕건을 사로잡은 비결이기도 하다. 나주지역을 왕건이 군사를 이끌고 행군하던 중 목이 말라 우물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오 씨가 물을 찾는 왕건에게 바가지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 건네주었다. 왕건이 의아하게 여기니, 급히 물을 마시다가 체할까 염려되어 그리하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감동한 왕건은 청혼을 하여, 오 씨는 고려 2대왕이 되는 혜종을 출산한다. 장화왕후 오 씨의 버드나무잎이 지금으로 치면 녹차에 해당된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