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간 교사생활하다 과감히 명퇴
23일만에 국토종단하고 여행기 발간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의 삶' 즐겨

"꿈과 열정, 그리고 이상이 있어야 청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젊어도 노인입니다. 저는 74세의 할머니입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꿈 목록에 적어놓은 꿈들을 하나하나 지우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장기 도보의 비결이 뭐냐고 묻으면 저는 '문지방을 넘어라'고 대답합니다."
 
초여름 햇볕이 뜨겁던 지난 24일 진영도서관에서 가정의 달 특강 강연자로 나선 도보여행가 황안나(74) 씨를 만났다. 일흔을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작지만 단단한 몸집을 가진 그는 참석자 40여 명에게 낭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전했다.
 
원래 황 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연이은 남편의 사업 실패로 아이가 태어나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20여 년 동안 빚을 갚으며 가난하게 살아왔다.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있던 지난 1998년 어느 날, 그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귀가시킨 후 혼자 교실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학창시절에는 6남매를 책임지는 맏딸, 결혼 후에는 아내와 엄마 그리고 교사…. 그는 58년 인생을 살면서 '황안나'라는 인간으로서의 노릇을 제대로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 씨는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과감히 39년 6개월의 교사 노릇을 그만두고 교단에서 내려왔다. 건강검진을 받아보니 재검 항목이 많이 나왔다. 건강 회복을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집근처 산까지 왕복 3시간을 매일 걸었다 그렇게 3년간 '빨치산 할머니'라 불리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에 올랐다.
 
황 씨는 TV에서 우연히 청보리밭 황톳길을 봤다. 그곳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65세에 '도보여행가'로서의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때 여행작가 한비야의 책을 읽었다.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한 씨가 40일 간 걸었던 국토종단길을 그는 23일 만에 걸었다. 이 경험을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이 책에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라고 고민하기 보단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박차고 일어나 도전하라"고 이야기했다. 여고 시절 꿈꿨던 작가의 꿈을 65세에야 이룬 것이다.
 
그는 서점에 자신의 책이 진열돼 있던 모습을 본 감격을 잊지 못했다. "서점에 제 책이 진열된 것을 발견한 순간 스스로 감동했어요.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몰라요. 여고 시절 꿈을 놓치지 않고 계속 신문, 잡지에 글을 투고하고 메모했던 습관들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주었지요. 꿈을 놓치지 않고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74세가 된 황 씨는 지금 누구보다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책 발간 후 언론과 TV에 출연하면서 작가, 강연자, 방송인으로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저는 대단한 게 하나 없는 사람입니다.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실행에 옮겼을 뿐이죠. 누구나 실패가 두려워서 꿈을 꿈으로만 남깁니다. 저는 그냥 했습니다. 70여 년의 삶을 살아보니 100% 실패라는 건 없더군요. 실패 속에서도 얻는 교훈이 있지요.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망설이기 전에 그냥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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