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남편 도우러 김해 내려와
몸으로 부닥치며 일배워 CEO성장
작업복 입고 제조현장서 기업운영

"18년 전에는 집에서 살림만 하던 평범한 아줌마였어요. 지금은 80여 명의 사원을 이끄는 제조업체의 어엿한 여성 CEO지요. 성공을 이뤄내는 건 남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그릇을 스스로 작다고 생각하지 말고 뭐든 도전하세요."
 
지난달 27일 김해여성기업인협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한 ㈜보광 송영숙(59·사진) 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이 단체는 어려운 기계 도면을 읽고, 나사를 풀거나 조으면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여성 CEO들의 모임이다. 송 회장은 농담 삼아 김해여성기업인협회를 '공순이 모임'이라 부르곤 한다. 이 모임에 참가하는 여성 CEO들은 대부분 정장을 곱게 차려 입고 사무실에 앉아있기 보단 작업복을 입고 직접 제조현장에서 일을 하며 기업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제조업체를 이끄는 여성CEO의 모임은 김해시에만 있다고 자랑한다. 회원 CEO들은 회사 경영 뿐 아니라 영업, 생산, 관리 등 대부분의 업무를 직접 담당한다. 송 회장 역시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모든 업무를 다 맡아하고 있다.
 
"김해여성기업인협회는 2001년 5월 22일에 창립했어요. 현재 가입 회원 수는 모두 70명이구요. 두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지죠. 김해시나 중소기업청 등 각 기관으로부터 변화되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협회 회원끼리 서로 정보교환도 합니다. 또 경영아카데미나 해외박람회에 참석하여 CEO로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송 회장은 지금은 자동차 부품의 완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며 인정받는 기업인이 됐지만, 처음엔 낯선 김해에 적응하기 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18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살았어요. 그때 남편이 김해에 자동차 부품업체를 차렸죠. 어느 날 아이들을 데리고 김해에 왔는데, 남편 혼자 사업을 꾸려가는 게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송 회장은 임금비도 아낄 겸 김해로 내려 와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낯선 동네에 오니 서울과 다른 말투와 지방색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직원 8명을 데리고 자동차 표면을 도색하는 일을 하는 작은 회사였다. 그는 남편에게 일을 배우는 동시에 혼자서 부딪혀가며 실력을 키워갔다. 지금은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 완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의 CEO로 자리잡았다.
 
송 회장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 직관력 그리고 섬세함이 여성 CEO의 무기라고 말한다. 그는 이 세 가지 무기와 포용력을 바탕으로 김해여성기업인협회를 이끌어 갈 것이라 다짐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이 가정과 일을 모두 챙기는 슈퍼우먼이 되길 원합니다. 그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여성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육아, 방과 후 교육 등 분야에서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큽니다.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친구처럼 언제나 다가가기 편하고 소통할 수 있는 회장이 되고 싶어요. 여성CEO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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