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김해의 5월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달이다. 4주기를 맞이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김해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특히 임기말 인기가 최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재임 중에는 그렇게 욕을 하더니…"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을까. 우리 국민은 대통령이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각별한 애정이 싹 트는 것 같다. 거기에는 5년 동안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과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어야 했던 각종 비판에 대한 미안함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스스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기에 더더욱 가슴에 사무쳤을 것이다. 그러나 방문객의 많고 적음은 큰 의미가 없다. 그 중에는 노 전 대통령을 팔아 정치적 이득이나 보려는 마케팅 선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살아온 이력이 전혀 다른 사람이 묘역에 가서 넙죽 절하고 사진 찍고 언론에 뿌린다면 십중팔구다. 오죽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냈던 백담사에도 방문객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을까. 따라서 지금 되새겨야 할 것은 방문 행렬의 길이가 아니라 그 행렬을 끌어들인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다. 노 전 대통령의 손님을 맞이하는 김해에 과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 살아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반칙과 특권없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이다. 김해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직 국회의원은 물론, 전직 시장과 시의회 의장까지 부정으로 구속되었다. 정국을 들쑤신 무슨 게이트로 김해의 이미지는 비리로 얼룩졌다. 최근 이노비즈 산업단지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듣기조차 민망한 이름이 또 거론되고 있다. 외동 김해여객자동차터미널 부지 용도변경을 두고도 말이 많다. 국민권익위 청렴도 조사에서 김해 공무원은 연속 최하위 수준이다. 언론은 어떠한가.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감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시선을 끌기에는 존재감이 약하다.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김해는 인구팽창에 따른 급격한 개발 과정에서 누구는 개발 정보를 미리 알아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김해는 기득권자의 천국이고, 그 구멍은 평범한 시민의 혈세로 메웠다는 피해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노 전 대통령의 특권, 반칙없는 세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해답은 없는가. 있다. 시민이 직접 나서면 된다. 시민의 힘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제안한다.
 
첫째, 특혜를 몰아내야 한다. 김해여객자동차터미널 인근 부지의 용도변경에 대해 특혜시비가 벌어지고 있지만, 어디 그 뿐인가. 시민 곁에 있어야 할 운동장은 왜 자동차 없이는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산 중턱에 있는가? 그 운동장을 빌미로 주거단지 인근에 형성된 대규모 모텔촌은 무엇을 말하는가? 어차피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대형 유통센터가 왜 내외동의 아파트 단지 가운데 있는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특혜성 의심에 대해 시민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특혜에 따른 이익은 혈세로 채워진다. 특혜를 없애는 것은 얄팍한 소시민의 호주머니를 그나마 지키는 길이다.
 
둘째, 부정부패의 싹은 잘라야 한다. 특혜는 부정부패와 연결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부정부패와 연루된 정치인은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윤창중 사건'을 보면서 대개 이런 사건은 발생하기까지 무수한 전조현상이 있다고 한다. 부정한 정치인이 큰 권력을 쥐면 그만큼 더 큰 부정을 저지르게 된다. 시민의 힘으로 부정부패 정치인은 추방해야 한다.
 
셋째, 거짓말은 노 전 대통령 정신의 가장 큰 적이다. 공자는 정치의 3대 요소로 군사, 식량 그리고 신의를 들었다. 그 중에서 버려야 할 순서로는 군사, 식량 그리고 제일 마지막이 신의라고 했다. 즉 신의가 없으면 정치고 뭐고 없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갉아먹는 독소다.
 
반칙, 특권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특정 정파의 독점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 추구해야 할 일반적인 가치다. 노 전 대통령 4주기를 맞아,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김해를 기대한다. 그것도 온전히 김해시민의 힘으로….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