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모티프 '화포 메기'
박재삼 시인 시세계와 맞닿았다는 평가


김해에서 활동하는 김용권 시인의 시 '화포 메기'가 박재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제2회 박재삼사천문학상의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재삼사천문학상'은 등단 5~10년 시기에 접어든 경남지역 시인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화포花浦메기>

국밥집서 보았네
뚝배기 속에서 승천하는
입 큰 메기
 
방천에 걸려
실족사한 달이 바닥을 짚는 사이
강물은 환해져서
떠도는 구름의 말로 몸을 풀었다
 
물때 놓친 고기의 기억은 투명한 것
발라놓은 연한 가시가
화포花浦혈맥으로 일어서고 있다
 
가마솥에서 솟구치는
더운 시간들,
식탁 위에 둥둥 떠다니며 꽃이 되고 있다
 
때만 되면 우글우글 달라붙는
메기탕집
 
깊은 강물에 입 맞추는 소리가 난다

 
김 시인은 "박재삼 시인은 힘들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 어려움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서정시인이었다. 그 분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세상이 변하면서 사라져가는 것들과 삶의 애환을 노래했던 박재삼 시인의 시세계, 슬픔의 정조를 희망으로 환원시켜 노래한 시 정신에 감동받은 바 컸다. 내 시와 박재삼 시인의 시정신이 통하는 부분이 있고, 시가 좋아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하니 더 기쁘다"고 말했다.
 

▲ 김용권 시인.
김 시인은 "시 '화포 메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화포천을 다닐 때 쓴 시"라면서 "사람들에게 잡힌 메기가 음식이 되어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바치게 되는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함께 담아 시로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게 있어 시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 같은 것이지만, 깨달음조차 사람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천천히, 시를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차를 운전하다 보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고백했다. 그는 "혼자 있는 작은 공간 안에서 운전을 하면 뭔가 떠오르는 생각도 많고, 또 그 생각 끝에 깨닫게 되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늘 노트를 옆에 두고 메모를 하고, 시를 쓴다. 그 시간이 좋아서 일부러 일찍 나와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지난 8일, 경남 사천시 서금동 박재삼문학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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