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정일근 지음/서정시학/124p/9천 원)

시집을 펼치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고래가 파도 사이로 춤을 추고 있을 것 같다. 2000년부터 고래보호 운동을 시작한 정일근 시인의 신작 시집에는 고래에 대한 경외심과 사랑이 가득하다. 거기다가 울산시 울주군 은현리 시골마을에 있는 시인의 집필실 주변 이야기, 최근 자주 찾아가는 지리산과 여행에서 건져 올린 생각의 편린들이 들어 있다. 모두 81편. 시인은 1984년 <실천문학>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인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는 신춘문예 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로 꼽힌다. 어언 시력 30년의 세월을 보낸 시인은 이번 시집의 제목에 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그는 '시인의 말'에 이렇게 썼다. "선문에서 '방'이란 몽둥이란 뜻이다. 내게 방!이란 나를 때리는 시의 몽둥이다. 시가 나를 방!해서 나는 시를 받아 적었다. 내 시를 읽는 분들께 그 한 방!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어느새 시력(詩歷) 서른 해에 닿았다. 시인 30년이라니!" 시집 제목도 짧지만, 시도 짧다. 정 시인은 시가 길고 난해해 독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데 대한 반성과 함께 시가 잃어버린 음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김진희 지음/이봄/272p/1만 3천800원)

누구든 좋아하는 그림의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미술평론가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만 평생 바라본대도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결혼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가 그림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도 열고 독자의 마음도 열어준다. 결혼하기 전과 후의 생활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책은 광고나 드라마 속의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이 실제로는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삶에서 상실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결혼한 여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저자는 자신의 가슴에 묻어 둔 그림을 보여주며 살짝 말을 건넨다. 저자는 대학 2학년 때 전공인 영문학을 잠시 제쳐두고 런던의 디자인학교로 유학을 떠난 적이 있다. 그는 그 시절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아트숍'에서 언젠가는 꼭, 기쁜 마음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리라 생각하며 엽서를 사 모았다고 한다. 이제는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는 다시 엽서의 그림을 보면서 그 시절 그리워했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저자와 함께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자. 그 안의 그림들이 말을 걸어오면서 자신만의 세계로 가는 길을 일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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