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명시선 100 시리즈
이우걸 시조집 '어쩌면 이것들은'
시인 대표작품 60편 수록


한국 현대시 100년을 집대성하는 '한국대표 명시선 100' 시리즈의 이우걸 편이 나왔다. 시조집 <어쩌면 이것들은>.
 
한국 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인 이우걸은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평생 시조를 써 왔다. 이번 선집에는 시인이 직접 추린 대표작품 60편이 수록됐다.
 
이우걸의 시조는, 고답적이라 여기기 쉬운 시조가 현대문학 속에서 어떻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지, 또 시조가 얼마나 매력적인 문학장르인지를 잘 말해준다.
 
시조 '잎'은 단 한 수에 큰 의미를 담는 시조의 특질을 잘 보여준다. "전병같이 둥글고 따스한 봄을 기리며/ 물관부는 겨울에도 역사의 피를 옮겼다/ 마침내 어둠을 찌르는/ 저 일검一劍의 초록이여." 긴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을 틔우는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시조이다.
 
또 다른 시조 '밥'. "내 하루의 징검돌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내 하루의 노둣돌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내 한의 얼레줄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네가 주인이라서 섬기며 살아왔다/ 네가 목숨이라서 가꾸며 살아왔다/ 그 세월 지난 듯도 한데 왜 아직도 배가 고프니?" 인간의 생명을 이어주는 한 그릇 밥의 소중함, 그 밥의 힘으로 지탱하는 인간의 삶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시인이 평소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어의 리듬감"이라고 말해왔던 것처럼, 이 선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소리 내어 읽어보면 그 맛이 더욱 각별해진다.
 
문학평론가 엄경희 숭실대 교수는 "사랑과 성찰로 요약되는 시인의 세계 대응 방식은 궁극적으로 이 불모의 세계에서 살아갈 가치를, 그리고 인간 존재의 가치를 되찾고자 하는 지향과 맞물려 있다"고 평했다.
 
한편, '한국대표 명시선 100선'은 만해실천선양회가 만해 한용운의 시 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문학의 전편을 집대성하기 위해 기획·편집하고 있다. 만해 한용운과 윤동주 등 작고 시인들과 현대 시인들의 작품집 100선이 순차적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