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무릎이야."
 
장마철이 다가오면 곡소리가 절로 나는 할머니가 있다.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자주 찾는 김 모(80) 할머니다. 그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요즘처럼 날씨가 궂은 날이면 뼈마디가 시리고 아프다"고 하소연 한다. 장마철이어서 농사일을 하지 않고 집 안에만 있는데도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장마와 관절염 통증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의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대체로 날씨 변화와 통증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장마철에 접어들면 노인들 입에서는 "아이고" 소리가 커지기 마련이다. 우천을 예상하는 능력도 가히 기상청 예보(?) 수준이다. 장마철에는 저기압 탓에 외부 기압이 낮아져 맑은 날 평형을 이루고 있던 관절 내부의 압력이 깨지면서 상대적으로 관절 내 기압이 팽창된다. 이렇게 되면 염증 부위가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또 비가 와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열량 소모를 줄이기 위해 혈관과 근육이 굳어지고 관절 조직이 위축돼 관절 주위를 비롯한 여러 근육이 뭉쳐 관절의 통증과 경직이 악화되기 쉽다.
 
최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선 관절염을 참고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관절 상태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눠 단계별 맞춤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초기에는 온찜질과 약물 요법으로 통증을 감소시킨 후 근육 강화 운동을 실시한다. 물속에서 걷는 운동은 관절에 부담이 적으면서 다리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준다. 중기에는 절골술이나 관절내시경수술을 시행하고, 다리 변형이 심한 말기에는 인공 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수술이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최소 상처 인공관절수술이 도입돼 나이가 많은 노인들에게 안전하고 치료 효과도 높다.
 
장마철에 악화되는 관절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지 말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 중에 습도가 많으면 연골이 관절액으로부터 영양을 흡수하는 작용을 저하시키고 체내의 수분 증발도 막아 부종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 밖에 따뜻한 욕조의 물에 관절을 담그고 마사지를 해주거나 관절을 굽혔다 펴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반복해주면 도움이 된다.
 
장마철에는 실내 생활이 지속되므로 운동을 등한시하기 쉬운데 등산이나 마라톤, 테니스와 같은 무리한 운동보다는 걷기나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효과가 있다. 더불어 미끄러운 빗길을 걸을 때는 평소보다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관절에 무리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절염의 통증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증가되기도 한다. 특히, 관절염 환자는 매사를 즐겁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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