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힘 빠지고 입맛 떨어지며 많은 땀
한의학에서는 대표적 '원기부족' 진단
겉으론 열 나도 속 차가워 찬 음식 조심

충분한 수면 후 일찍 깨는 것 생활화
과도한 냉방·잦은 찬물 샤워 금물
수박·복분자·오디 기력회복에 효과
인삼·맥문동·오미자 '생맥산' 탁월


'부쩍 몸에 힘이 없어진 데다 입맛마저 떨어졌다. 머리도 멍하고 집중이 안돼 하루에도 냉커피만 여러 잔을 마신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쉽게 지친다.'
 
여름을 많이 타는 최규성(34·북부동) 씨는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날씨만 더워졌다 하면 무기력하고 피곤해진다"고 하소연한다. 최 씨처럼 유난히 여름을 많이 타는 사람들이 있다. 축축 늘어지고 땀을 많이 흘리며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원기부족 탓으로 본다. 무더위에 지치고 입맛을 잃어 매사에 무기력해지고 몸이 허해지기 쉽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여름을 섭생(먹을 것을 가리고 몸과 마음을 다스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하기 가장 어려운 계절로 본다.
 

■ 속이 차가워지는 계절
여름철에 사람의 몸은, 겉은 뜨거워지지만 속은 차가워지면서 허약해진다. 우물물이 여름에 더 차가워지는 이치와 같다. 이러한 날씨와 몸의 관계 때문에 <동의보감>에서는 음식이 조금이라도 차가우면 먹지 말고, 차가운 성질의 음료수나 과일도 피하라고 조언한다. 배가 항상 따듯한 사람은 질병에 잘 걸리지 않듯 여름철일수록 따듯한 음식물을 섭취해야 배탈·설사·냉방병 등에 걸리지 않는다고도 한다.
 
부산 삼세한방병원 공복철 대표원장은 "일반적으로 체온이 1℃ 낮아지면 면역력은 30%나 떨어진다. 반대로 체온이 평균보다 1℃ 이상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나 높아진다"며 "체온이 낮아지면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백혈구의 활동이 약해져 면역력이 저하된다. 따라서 과도한 냉방을 피하고 차가운 음료나 찬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걸 피하는 게 여름철 건강관리에 이롭다"고 조언했다.
 

■ 규칙적인 생활 습관화
여름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낮에는 적당히 몸을 움직여 어느 정도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 또 밤 시간대가 짧아진 탓에 수면시간이 줄어든 만큼 숙면을 취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늦잠을 자거나 덥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숙면에 방해가 된다.
 
실내온도는 너무 낮추지 말고, 바깥 공기를 자주 쐴 수 있도록 적당히 실외휴식을 취해야 한다. 컴퓨터가 많아 냉방으로 열을 식힐 수밖에 없는 실내 환경에서는 무릎담요나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겉옷을 준비하면 체온 관리에 효과적이다.
 
땀을 흘린 후 바로 찬물을 끼얹는 건 삼가는 게 좋다. 혈관이 수축된 후 팽창하면서 오히려 몸에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모공이 열린 상태에서 찬물을 끼얹으면 찬 기운이 그대로 몸속에 들어와 양기를 위협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 수분과 미네랄 보충

▲ 인삼·오미자·맥문동을 함께 달인 '생맥산'은 여름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올해 장마와 더위는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 때문에 높은 습도와 찜통더위가 이어져 장염을 유발하는 대장균과 클로스트리듐균 검출률이 지난 3년간 평균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곰팡이가 번식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어서 천식이나 기관지염 등이 악화될 수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면 체내의 열을 발산시키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체표면의 면역기능마저 덩달아 약해진다. 이렇게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에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제철 과일과 약차 등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수분과 미네랄을 보충하면 건강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박은 미네랄과 수분이 풍부한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칼륨과 구연산이 함유돼 있어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준다. 섬유질도 많아서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복분자는 폴리페놀이 풍부해 활성산소 제거와 세포 노화 방지 효과가 있으며, 혈관을 구성하고 있는 평활근과 심장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해 기억력을 향상시키며, 피로개선에도 좋아 수험생 간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오디라 불리는 상심자는 음혈을 보해주는 효과가 있어 어지러움이나 불면증에 좋다. 황산화색소인 안토시아닌이 포도의 23배, 검정콩의 9배나 함유돼 있다. 비타민C는 사과의 14배나 된다. 루틴 또한 풍부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며, 칼슘·칼륨 등의 무기질이 풍부해 고혈압·동맥경화·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오미자는 폐 기능을 강화시켜 체표의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특히 말린 오미자를 물에 넣어 하루 정도 우려내 차로 마셔도 좋다. 한방에서는 여름철에 손상되기 쉬운 진액과 기운을 보충하는 으뜸 처방으로 인삼·맥문동·오미자를 함께 달인 '생맥산'을 활용한다. 원기를 회복시켜주며 진액을 보충하고 땀을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계피에 들어있는 신나믹알데히드·시네올·리날롤 등의 성분은 콜레라·장염비브리오·비브리오패혈증균에 뛰어난 항균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생강의 진저론 성분은 살균과 항균작용을 한다. 또한 위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소화를 돕고 위염이나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억제한다.
 
공복철 대표원장은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에 섭생을 잘못하면 지속되는 짜증과 함께 만성피로 상태에 빠지기 쉽다"며 "제철 과일과 약차로 적절한 수분과 무기질을 보충하고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운동으로 몸의 원기를 보존하면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삼세한방병원 공복철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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