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희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창작과비평사>에 실린 고정희 시인의 사진.
가야여성문학회 연지공원서 14일까지
유작 중 10편 엄선…회원 작품도 발표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하략)" (고정희의 시 '상한 영혼에게로')
 
고정희 시인(1948~1991)이 세상을 떠난 지가 벌써 22년이다. 고정희는 1975년 박남수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뒤, 현대시문학사에서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선구자적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991년 6월 9일 평소 자신이 사랑했던 지리산 뱀사골 간장소 부근을 지나다가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휘말려 43세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가야여성문학회(회장 나갑순)는 김해시와 김해여성복지회관의 후원으로 8~14일 내동 연지공원에서 '고정희 추모 시화전'을 연다. 나 회장은 "올해 추모 시화전은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 백일장'을 대신해 열리는 행사"라고 소개했다. 고정희 백일장은 작가로서, 실천운동가로서 한국여성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 시인을 기리고, 젊은 문학인을 육성하기 위하여 ㈔또하나의문화에서 2004년부터 열고 있는 행사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서 예선을 치르는데, 경남·부산지역 예선은 김해에서 열린다. 올해는 또하나의문화의 사정으로 인해 백일장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아쉬워한 가야여성문학회 회원들이 추모 시화전을 준비했다. 고 시인을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시인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고 시인은 약자들을 생각하면서 시를 썼다. 순정적이고 성실했던 시인, 아픈 사람을 보면 함께 앓느라 울었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또 한국 가부장제의 병폐를 고치려 누구보다 애를 쓴 참여시인이었다. 나 회장은 "가야여성문학회와 김해여성복지회관은 독재사회와 불평등한 사회를 온몸으로 고발하며 실천적 삶을 살았던 시인을 생각하며 추모 시화전으로 그를 기린다"고 설명했다.
 
추모 시화전에서는 고 시인이 남긴 시 중에서 그의 시 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는 10편을 엄선해 소개한다. 고 시인의 대표적인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 '우리 봇물을 트자' 등 10 편을 다시 읽어볼 수 있다. 가야여성문학회 회원 13명도 자작시 2편씩을 발표한다. 한 편은 시인을 추모하는 시이고, 한 편은 자유로운 주제로 쓴 시이다. 나 회장은 '숲에서 행복한 가족'을, 장정임 시인은 '일하러 간다'를, 하선영 시의원은 '우리들의 손'을 선보인다.
 
나 회장은 "돌이켜보면 김해 시민들에게 고 시인을 알리는 측면에서는 좀 모자란 게 있었던 것 같다. 올해 시화전을 계기로 매년 여성문학인이 중심이 되어 추모 시화전을 지속적으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추모 시화전을 보면서 시민들이 선구적이고 올곧은 우리들의 친구, 아름다운 한 인간으로서의 고 시인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시화전이 시민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희망했다.
 
가야여성문학회는 2007년 1월 여성문학인을 발굴해 지역 문단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결성됐다. 문학동인지 <다락방 이야기>를 <여성과 가난>(2010년 창간호), <성형>(2011년 2집), <가족>(2012년 3집)이란 제목으로 발간했다. 회원들은 올해는 '여성과 돈'이라는 주제로 동인지를 발간하기 위해 토론과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화전 및 문학회 활동 문의. 055-333-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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