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는 종류가 참 많다. 한의학 원전을 보면, 고대의 사람들은 사람의 생각을 여러 가지 한자어로 규정했다.
 
<황제내경>에 보면 '심의지사려지(心意志思慮智)'에 대한 언급과 함께 각각의 뜻을 풀이해 놓았다. '의(意)'는 귀를 통해 소리(音)로 듣고 난 뒤 마음에 남은 생각이다. '지(志)'는 소리로 듣고 기억에 둔 생각이다. 선비 '사(士)'는 어떤 일을 맡는다는 '사(仕)'의 뜻으로, 어떤 일을 맡으려면 지식이 필수였다. 따라서 '志'는 지식으로 기억된 생각이다. '사(思)'는 곰곰이 따지는 생각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분석하는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려(慮)'는 호랑이가 올라탄 듯 누르는 생각이다. 우려와 염려의 용례를 생각해보면 쉽다. '상(想)'은 이미지(相)화된 생각이다. '염(念)'은 지금을 뜻하는 '금(今)' 자가 마음 심 변 위에 앉아 있다. 지금의 생각이 곧 '念'이다.
 
<동의수세보원>에 보면, '사즉결(思卽結)'이란 표현이 나온다. 지나치게 골똘히 생각하면 기운이 뭉친다는 뜻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思는 곰곰이 따지는 생각이다. 소음의 기운을 쓰는 작업으로, 이러한 기운이 발달한 체질이 소음인이다. 꼼꼼하고 분석적인 소음의 기운을 쓰는 소음인이지만, 이러한 꼼꼼한 생각이 慮로 발전하여 호랑이가 올라탄 듯 머리를 짓누르는 생각이 되면, 즉 思慮가 과다하면, 생각의 병이 되고 마음의 병이 되어 기혈의 원할한 순환을 방해해 기운이 뭉치기 쉽다. 임상적으로 보면, 이제마 선생이 창방한 '향부자팔물탕' 같은 처방은 골똘히 생각하여 질병에 걸린 소음인의 뭉친 기운을 흩어주고, 풀어주는 약이다.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관리해야 할 생각은 무엇일까. 염려(念慮)와 사념(思念)을 멀리해야 한다. 사즉결의 원리다. 생각이 어떠한 이미지를 갖게 되고,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사상(思想)이다. 어떤 생각이 사상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배움과 사색이다. <논어>에 보면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구절이 나온다.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져 위태롭다는 뜻이다. 사색(思索)이라는 어휘가 재미있다. 생각하여 찾는 것이 사색이다. 사색은 곧 명상이기도 하다. 글을 읽고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연을 거닐며 머릿속의 생각들을 비우는 것이다. 그러한 비움의 과정을 통해서 불현 듯 깨닫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하여 찾는다는 것은 곧 생각을 내려놓음이다. 사념을 멀리하는 것이 곧 사색이다. 이러한 주관적인 생각은 배움과 사색의 과정을 통해서 꼴을 가진 사상의 형태로 진보해 간다.
 
<동의보감> 신형편에 보면 '허심합도(虛心合道)' 편이 있다. 마음에 잡념이 없어야 수양하는 이치에 맞는다는 뜻이다. '몸을 단련하는 요령은 정신을 통일시키는 데 있다. 정신이 통일되면 기가 모이고, 기가 모이면 단(丹)을 이루며, 단이 이루어지면 형체가 든든해지고, 형체가 든든해지면 정신이 건강해진다'고 적고 있다. 때문에 정신을 잊어서 잡념이 없도록 수양하는 것이 본편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의 관리가 곧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생각은 관리하기에 따라서 사상을 이루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한다. 염려가 우려가 되면 기운이 뭉치게 되어 각종 질병이 생겨나고 건강을 해하기 마련이다. 열심히 읽던 책은 잠시 접어두고, 마음의 잡념을 없애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도록 가까운 공원을 한 바퀴 거닐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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