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의 인구는 13만 명을 넘어섰다. 웬만한 도시에 버금가는 숫자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장유로 모여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것을 따지기 이전에 장유가 진정 살기 좋은 동네인가를 고민해 본다.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장유는 제법 매력적인 동네인 것은 확실하다. 대청천과 율하천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장하고, 잘 정비된 도로망에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도 적지 않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살기 좋은 동네를 그려나갈 수 있는 기본은 만들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괜찮은 곳이다.
 
그런데 어린이, 청소년들을 놓고 볼 경우 장유는 과연 살기 좋은 동네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들을 위한 공간은 학교와 학원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길이 없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라고 변명해보지만 그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만한 장소를 우리는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미안함이 밀려온다.
 
수년 전부터 나름대로 청소년을 위한 작은 문화공간을 꾸려오고 있다.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진 재능과 끼를 작은 공간에서나마 발산시켜보라는 뜻에서다. 아이들에게 도심의 버려진 공원에서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주면 공원과 도시가 함께 건강해지리라는 욕심도 있었다. 그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노래, 춤, 마술, 퍼포먼스든…. 그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그들의 세상을 얘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네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노력할까를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그들의 안전에, 그들의 먹거리에, 그들의 놀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살기 좋은 동네'의 전제조건은 결국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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