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프로젝트 연계
도자·투명아크릴 벽돌과 벤치 디자인
진례파출소 앞 공간 새로운 명소 부상

어수선하고 정체가 모호했던 진례면 진례파출소 앞 버스정류장이 진례의 '예술적 랜드마크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올해 상반기 기획전 '진례다반사'의 연계 프로젝트로 기존의 정류장을 예술 작품이 가미된 버스 쉘터로 연출했다. 쉘터(shelter)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건축용어이다.
 
이 프로젝트는 '진례다반사' 전시 참여 팀인 '건전지'(안재철, 송종목, 나춘선)와 진례에서 활동하는 도예가 김홍배(노산도예) 씨가 지난 6월 12일부터 21일까지 함께 진행했다. 안재철 작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에세이도 한 편 남겼다. "진례 버스 쉘터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녹슨 철골 구조물 속의 공간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방으로 사용되고, 동남아·러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경계어린 표정으로 휴식을 취하는 쉘터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서로 기대기 위해 준비한 사무용 의자들이 이 공간과 삶의 접촉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그의 글은 기존 정류장의 모습을 짐작케 하기에 충분하다.
 

▲ (위)바뀌기 전의 버스 정류장 모습과 (아래)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진례 버스 쉘터'. 브릭스크린에 사용된 도자벽돌은 도예가 김홍배 씨의 작품이다. 사진제공=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안 작가는 이 곳에 새로운 옷을 입히기 위해 4가지 목표를 세웠다. △진례를 떠나는 자와 찾아오는 자를 위한 마을의 상징성 △이를 위하여 재료 및 구법(건축의 구성 방법)적 표현으로서 진례의 문화적 유전자의 표현 △사회적 약자인 고령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휴식 공간의 확보를 통한 쉘터로서의 역할 △상징성으로서의 표현과 사용자의 활용성을 고려한 벽의 개방감과 투명성 등이 그것이다.
 
안 작가는 개방감과 투명성을 위해 공간을 차단하는 차가운 담벼락 대신, 전통의 대나무 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브릭 스크린(Brick Screen) 형태를 선택했다. 브릭 스크린은 철봉에 벽돌을 끼우는, 겹침 방식을 활용해 만들었다. 투명성을 위해 브릭 스크린의 일부는 투명 아크릴 소재의 벽돌을 사용했다.
 
브릭 스크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도자벽돌은 김홍배 씨의 작품이다. 기존 벽돌들 중 유약 흡수가 가능한 저온 소성 벽돌을 사용했다. 유약으로는 청자유와 분청유를 사용했으며, '도자마을'이라는 진례의 지역적 특색을 함께 표현했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브릭 스크린 자체가 기존의 정류장을 포근히 감싼 또 하나의 집처럼 보인다.
 
버스 쉘터 안의 벤치는 최대한 장식을 줄였고, 앉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경사가 달라지도록 등받이를 설계했다. 의자는 한옥의 공포(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디자인을 차용했다.
 
안 작가는 "버스 쉘터가 마을을 상징하는 쉘터, 마음의 쉘터로 기능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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