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스트레스
(탁석산 지음/창비/248p/1만 3천 원)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산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열심히 일 하자'고 스스로를 다지는 존재. '나는 이 순간 행복한가', '우리 가족은 행복한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는 존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행복이 뭐길래? 우리가 언제부터 행복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왜 그토록 행복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행복이 어떻게 현대인을 지배하는 세속종교가 되었는지 파헤치는 책이 나왔다. 대중적인 논리학·철학 교양서를 발표해 온 탁석산은 이 책에서 행복에 관한 현대인의 집착을 지적하고 나섰다. 저자는 '행복'이라는 말을 지금처럼 사용한 것은 서양에서는 200여 년, 동양에서도 1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전에 사용한 행복은 '신의 은총' '운'과 같은 의미로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그 의미가 변했다.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게 됐고,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저자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고, 행복을 추종하는 사고방식이 우리 삶을 얼마나 왜곡시키는지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행복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성찰과 대안을 제시한다. 반드시 행복해야겠다는 스트레스만 없어도, 우리는 행복해 질지 모른다.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갈라파고스/264p/1만 2천800 원)

'조세피난처'나 '페이퍼 컴퍼니' 같은 단어가 익숙해져 버린 세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몰래 숨겨둘 돈도 없고, 그 방법도 모르는 보통 사람들은 허탈과 분노를 느낄 뿐이다. 그런 '검은 돈' 하면, 자연스레 '스위스 은행 계좌'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스위스는 1935년에 은행 비밀주의를 법제화했는데, 이 법제화된 세계 최초의 조세도피처는 스위스를 부유하게 만들어주었다. 스위스의 사회학자이며 사회민주당 의원인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겉모습과 달리 원조 탈세천국으로 악명을 떨친 스위스의 맨얼굴을 샅샅이 파헤쳤다. 저자는 스위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고 폭로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객의 돈을 세탁해 주는 은행 비밀주의는 고객을 '보호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장치이다. 마약 거래로 번 돈을 세탁해주고, 전 세계의 독재자들이 국부를 빼돌려 부정하게 쌓은 재산을 은닉해주고, 부패한 정치가의 재산을 지켜주는 스위스 은행의 실태를 생생하게 드러낸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살해 위협, 의원 면책특권 박탈, 줄줄이 이어지는 소송 등의 탄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은행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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