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봉숭아 꽃잎과 푸른 잎으로 태극기의 태극 문양을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가야사랑두레 제5회 꽃물들이기축제
지난 13일 칠산서부주민센터서 열려

"봉숭아꽃과 봉숭아 잎으로 만든 태극기, 가슴이 다 뭉클해지는군요."
 
'가야사랑두레'(회장 정다운)에서 개최한 제5회 봉숭아 꽃물들이기 축제가 김해 시민들의 가슴을 물들였다.
 
지난 13일 오후, 칠산서부주민자치센터 앞마당은 눈 닿는 곳마다 봉숭아 천지였다. 공연무대의 앞좌석에는 어르신들이 자리했고, 체험부스와 먹거리 부스는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들로 붐볐다.
 
식전행사인 레크레이션은 주민자치센터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길도 축제장으로 이끌었다. 공식행사는 '나라사랑 봉숭아 꽃잎 태극기 만들기'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아, 대한민국' '독도는 우리 땅', '아리랑' 등의 노래가 연이어 흐르는 가운데, 무대 위 태극기의 태극 문양이 봉숭아의 붉은 꽃과 푸른 잎으로 서서히 채워져 갔다.
 
김해에서 살고 있는 사할린 동포들도 무대 위에 올랐다. 머나 먼 타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했을 사할린 동포들이 한 잎 한 잎 태극기를 채워나갈 때마다 축제장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꽃잎을 붙일 때는 웃음이 넘쳐났다. 마침내 태극기가 완성됐을 때는 참가자들이 저마다 태극기를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여기저기에서 "태극기가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모습도 그렇고, 들려오는 노래도 그렇고…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애국심'이란 말이 절로 생각난다"고 말했다.
 
축제장 곳곳에 마련된 체험 부스장들 중 가장 인가가 높았던 곳은 꽃물들이기 부스. 어방동에서 온 정유진(39·여) 씨와 딸 다인(7)이도 꽃물들이기에 빠져있었다. 정 씨는 봉숭아 꽃잎을 찧어 딸의 앙증맞은 손톱 위에 올린 다음, 일회용 비닐장갑 손가락 부분으로 손톱 부분을 감싼 뒤, 반창고로 조심스럽게 감았다. 열 손가락을 모두 작업하는 동안 다인이는 엄마의 손길과 자신의 손을 쳐다보느라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정 씨는 "지난해에 처음으로 이 축제에 왔다. 어릴 적 봉숭아 꽃물들이던 추억이 생각나 너무 좋았고, 그래서 올해도 왔다. 딸아이에게도 꽃물을 들여 주고 싶었다"며 활짝 웃었다. 다인이도 열 손가락을 활짝 펼쳐 보이며 꽃처럼 웃었다. "봉숭아를 축제 주제로 내세우다니 정말 매력적"이라는 정 씨는 "오가는 길에 시골풍경도 볼 수 있어 딸아이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 내년에도 꼭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엄마들과 달리 할머니들은 순식간에 뚝딱 봉숭아 꽃물을 들였다. "봉숭아 꽃물 들여온 세월이 얼만데… 아가야 손톱 끝 꽃물 잘 간수하거라. 첫눈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단다." 어린 소녀들과 할머니들은 비밀스럽게 눈을 맞추기도 했다.
 
손수건 꽃물 염색하기 부스에서는 연신 '딱 딱'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흰 손수건 한 장씩을 받아 펼쳤다. 손수건의 면적 절반 부분에 봉숭아 꽃잎과 잎을 원하는 모양대로 놓아 무늬를 만들었다. 손수건의 나머지 부분을 접어 꽃잎 위를 조심스레 덮었다. 그런 뒤 숟가락으로 꽃과 잎을 신나게 두드리면 끝. 그렇게 두드리는 사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색소가 손수건을 물들이는 것이다.
 
김해의 짚풀공예가 윤귀숙 씨도 축제를 위해 짚풀공예 자원봉사를 나왔다. 윤 씨 앞에 선 아이들은 그가 여치 한 마리를 순식간에 만들어내자 신기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추억의 달고나' 부스에서는 아이들이 침을 삼키며 달고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옆의 봉숭아 화전 부스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화전을 구워내느라 연신 땀을 훔쳐내고 있었다.
 
이 축제는 체험 부스나 먹거리 부스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참여한 시민들의 마음을 더 기쁘게 했다. 이런 축제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가야사랑두레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정다운 회장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드는 축제이다. 축제를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유대우작은도서관의 초대관장을 지낸 신혜란 씨도 자원봉사자로 축제에 참석했다. 정 씨는 "올해 처음 참석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아름다운 축제이다. 태극기를 만들어가는 퍼포먼스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어린이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을,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주는 김해의 진정한 명물 축제"라며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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