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는 이번 호부터 사진작가 강일웅(75) 씨의 옛 김해 사진을 '사진으로 보는 옛 김해'라는 제목으로 연재합니다. 강 씨는 외가인 김해군 명지면 순아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서울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58년 제1회 경남사진전 대상, 1961년 프랑스 낭트 국제사진공모전 입선 등의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오늘의 포토' 코너에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김해에서 살다 부산으로 이사를 갔지만 여름방학만 되면 언제나 외할아버지가 계신 참외밭 원두막으로 달려갔다. 외손자를 위해 미리 따놓으신 노랑참외를 실컷 먹고 오곤 했다. 방학이 끝날 무렵 부산 집으로 돌아갈 때는 외할아버지가 어김없이 참외를 한 자루씩 싸 주셨다. 얼마나 무거웠던지 투덜대며 가져갔던 기억이 새롭다.
 
1955년 김해평야는 가뭄으로 논과 농부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수리시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물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 이때 한 농부가 땡볕을 무릅쓰고 구슬땀을 흘리며 무자위(낮은 곳의 물을 보다 높은 지대의 논·밭으로 자아올리는 농기구. 수룡(水龍)·수차(水車)라고도 한다)로 타들어가는 논에 물을 대고 있었다. 제 새끼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과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이 가장 보기 좋다고 했다. 농경사회를 벗어나지 못한 그 시절에는 그만큼 벼논에 물대는 일이 대단히 중요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대한민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농부가 흘린 피와 땀의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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