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상희 비정규교수노조 인제대 분회장.
시간강사 해고 항의 20일째 1인 시위
주 9시간 강의해도 월 100만원 못 벌어
교수·강사 서로 자극해야 시너지효과

지난 18일 김상희(48) 민주노총 비정규직교수노조 인제대학교 분회장이 인제대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가 시위에 나선 지도 20일이 넘었다. 그는 왜 무더운 날씨에 이렇게 투쟁의 선봉에 선 것일까?
 
김 분회장은 부산대를 졸업했다. 인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강의까지 맡는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그는 요즘 너무나 서럽다고 했다. 인제대가 2학기부터 담당 강의시간이 3시간 이하인 시간강사의 위촉을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량해고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인제대 시간강사 393명 가운데 절반 가량인 189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제대의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앞두고 이뤄졌다. 이 법은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며 자투리 강의를 뛰는 시간강사를 구제하고자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작 시간강사들은 현실을 외면한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사법은 한 대학에서 9시간 넘게 강의하는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임용 기간을 한 학기에서 1년으로 늘려 고용안정성을 높이도록 했다. 하지만 강사 수가 훨씬 줄어들게 돼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는 게 강사들의 주장이다.
 
김 분회장은 "강사법을 개정하려는 진짜 이유는 비정규직 교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대학의 로비에 교육 당국이 영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사법이 바뀌면 대학은 시간강사에게 9시간 이상만 강의를 맡겨도 교원 확보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정규직 교수를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는 "정규직이 나간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안타까운 일이 대학에서도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분회장은 "시간강사는 정규직 교수가 맡지 않는 자투리 과목을 가르치면서 그 분야를 특화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로 9시간 이상을 맡기면 민법을 공부한 강사가 형법을 가르치는 사태가 벌어진다. 민법과 형법 안에도 여러 분야가 있는 마당에 수업의 질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대학이 원하는 대로 9시간 전업강사를 만들면 한 달 평균수입은 얼마나 될까. 김 분회장이 받는 강사료는 시간당 4만 1천 원이다. 한 학기 수입은 4만 1천 원×9시간×15주=553만 5천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이 정도 돈을 주면서 다른 대학에 강의를 못 가게 한다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교원 확보율이 대학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는 현실에서 각 대학은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런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분회장은 "대학이 학문의 전당역할을 하는 것은 정규직 교수와 젊은 시간강사가 서로 자극을 주며 즐거운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교수는 깊이 있는 학문을 전달하고, 시간강사는 변화하는 흐름을 잘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를 줄세우기하고 쥐어짜는 경쟁으로 바꾸면 학문의 생명력이 죽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분회장은 "강사법은 워낙 문제점이 많은 법안이라 지난 1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투쟁을 통해 내년 1월로 1년 미뤘다"며 "인제대가 진정한 학문의 전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강사들의 처우가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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