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은 부모님과 같은 연장선에 있었다. 학교는 가정을 제외하고 관습적인 인간관계가 거의 무한으로 허용됐다.

선생님과 학교가 학생 개개인을 가정처럼 따스하게 안아주지 못 하더라도 '학교, 선생님=가정, 부모님'이라는 등식이 강요됐다. 선생님의 체벌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사랑의 매'였다.

최근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체벌 전면 금지 방침은 이러한 등식 속에 무시되어 온 학생들의 인권을 살펴보자는 데에 의미가 있다.

사실 체벌금지 논란의 핵심은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결구도에 있다. 체벌금지가 전면으로 등장했을 때 선생님들의 주요 반대 입장은 '교권이 무너진다'였다. 사랑의 매는 사실 교권을 강화하는 수단이었을 뿐 사랑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걸 드러낸 셈이다.

사랑이 배제된 교권이 아이들의 인권을 앞설 수 없다.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교권은 폭력적 권위를 나타낼 뿐 도덕적 권위를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체벌의 특성상 합리적인 체벌도 가능하지 않다. 이미 수 년 전 학생 체벌에 관한 세부지침이 마련되었지만 합리적이지 못한 체벌은 종종 사회의 논란을 불러왔다. 사랑의 매와 합리적인 체벌이라는 방침 아래 존중받지 못한 아이들의 인권을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

학생지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체벌은 손쉽게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법으로 존재할 뿐 아이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행동을 고치는지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학생은 체벌의 폭력 앞에서 순간 순응할 뿐이다. 이는 학생의 지속적인 태도 개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인성과 학습 교육에 도움이 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