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국민(초등)학교 시절, '자연' 과목 숙제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반천 전하다리 끝자락에 자그마한 의자를 놓고 여름 밤하늘의 별자리를 공책에 그렸습니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삼태성 따위의 이름을 되뇌면서 별자리를 그렸을 때, 어린 저는 행복했습니다. 우주로 나가 저 별들 사이를 유영해 보리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러고 싶습니다. 중학교 때, <어린 왕자>에서 미지의 별들을 보았습니다. 어린 왕자가 뱀에 물려 자기 별로 돌아갈 때, 저 멀리에서 반짝이던 별 그림 하나는 지켜보자니 마음이 시렸습니다. 사막으로 가 그 별을 보고 싶었습니다. 듣자니, 사막에서는 별이 수박만 하다는 군요. 고등학교 때, 알퐁스 도데의 <별>을 접했습니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뤼브롱 산맥에서 양을 돌보는 목동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소설입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나(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 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그 목동이 내심 부러웠는데, 이래봬도 저는 그런 장면을 가져 보았습니다.(^^)
 
성인이 된 후로는 일상이 분주한데다 광공해 탓에 별빛마저 흐릿해서 대체로 별의 존재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중국이 연출한 우주 드라마를 접했고, 심장이 기지개를 켰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자니,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의 이름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주선 이름은 '선저우'입니다. 한자로 '神舟(신주)'라 씁니다. 신령스런 배? 우주정거장 이름은 '텐궁'입니다. 한자로 '天宮(천궁)'이라 씁니다. 옥황상제가 사는 하늘 궁전? 그러니까, '우리는 신령스런 배를 타고 하늘 궁전으로 간다'는 판타지가 성립됩니다.
 
중국은 나아가 선저우 10호를 타고 텐궁 1호에 들어간 여성우주인 왕야핑(王亞平)을 통해, 물방울의 기묘한 변형을 보여주는 물리학 실험을 단행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왕야핑은 또 공중부양을 선보이면서 "우주인은 누구나 무림고수"라고 말했습니다. 비닐봉지를 거꾸로 들었는데도 물이 쏟아지지 않는 장면을 연출한 뒤에는 "만약 이백(李白:중국의 대 시인)이 우주에 왔었다면 그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중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폭포가 약 9만m를 날아 내린다)'이란 유명한 구절을 절대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상불, 신령스런 배를 타고 하늘 궁전으로 간다는 내용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의 실천력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언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왕야핑은 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우주선에서 보는 별은 지구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밝지만, 대기가 없어 반짝이는 모습은 볼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의 별들이 은하수가 되어 흘러갔습니다.
 
'꿈'을 다루는 인문학과 현실을 중시하는 과학은 필경 사이가 안 좋다고들 하는데, 중국은 이 둘이 얼마나 다정한 사이인지(사이일 수 있는지)를 우주 드라마를 통해 정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중국에서는 8만 여 초·중등학교에서 6천만 명이 TV를 통해 이 드라마를 지켜보았다는데, 미래의 중국을 이끌어나갈 이들이 과연 어떤 포부를 품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김해의 청소년들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방학을 맞았습니다. 김해에는 고맙게도 시립천문대가 있으니, 김해의 청소년들이 밤하늘의 별과 우주를 올려다보며 아름답고 거대한 상상력을 함양하길 희망합니다. 방학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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