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이 제일 재미있어요!" 신봉어린이집 원아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김병찬 기자 kbc@
2008년 7월 개관 … 한림 유일 도서관
장서 7000여권 갖춘 '동네 사랑방'
도서관장 맡은 김순영 시호2구 이장
농촌 특성 살려 농사 정보관 추진
숲해설 강좌·독후감대회·강변캠프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도 구상


한림면 시산리 시호복지회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미소가 머금어졌다. 복지회관 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신발을 벗어야 하는데, 입구에 앙증맞은 어린이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복지회관 앞 마당에 어린이집 차량으로 보이는 노란색 봉고차가 한 대 서 있었다. 복지회관 2층에 있는 시호미래작은도서관에 꼬마손님들이 온 게 분명했다. 신고 나가기 편하도록 정리된 신발을 보니, 아직 만나지도 않은 아이들이 와락 품으로 안겨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호복지회관 1층에는 찜질방과 사우나실이 있고, 2층에는 도서관과 헬스장이 있다.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시설이다. 특히 인근 마을 할머니들은 1층에 모여 하루를 보낸다. 시호미래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은 할머니들의 품 안에 폭 싸여 있는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안전한 도서관이 아닐까?
 
도서관에 들어서니 한쪽 벽에 가지런히 놓인 의자 위에 앉은 아이들이 맞은 편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다. 신봉어린이집의 4~5세반 원아 19명이다. 애니메이션 상영이 끝난 뒤 그림책을 읽어주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교사 주위에 모여들었다. 조은영(43) 원장과 박옥정(43)·송민희(28) 교사 주위에서 그림책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 시호미래작은도서관은 시호복지회관 2층에 있다. 복지회관 앞 정자에서 건물을 바라본 모습.
"일주일에 한 번 씩 도서관을 방문합니다." 조은영 원장이 그림책에 빠져든 아이들을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시골마을은 문화적 혜택이 많이 부족해요. 한림면에서 도서관은 이 곳뿐인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여기 와서 애니메이션도 보고, 동화구연도 듣고, 책과 관련된 율동도 해요. 도서관 방문 때는 늘 책을 빌려가지요. 집에서 아이들이 읽을 책, 엄마들이 읽을 책도 빌려가서 일주일 동안 보고 난 뒤에 다음 주에 도서관에 와서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가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집에서 도서가방도 따로 만들었답니다." 최문자(44) 사서는 "신봉어린이집 원아들이 방문하는 날이면 도서관이 활기에 넘친다"고 귀뜸했다.
 
시호미래작은도서관은 2008년 7월 1일 개관했다. 한림면 유일의 작은 공동도서관이다. 장서는 7천 여 권이다. 도서관의 책상 중 하나에 돋보기가 얌전히 놓여 있다. 누군가 잃어버리고 간 것인가 했는데, 도서관 문이 열리면 곧바로 들어와서 신문도 읽고 책도 있는 단골 이용자의 것이란다. 그 할아버지는 하루 일과를 도서관에서 시작하며, 도서관에 배달돼 오는 신문과 도서관의 책들로 세상과 소통한다고.
 
▲ 시호미래작은도서관의 김순영 관장.
지난 4월부터 도서관의 운영을 맡고 있는 김순영(54) 관장은 시호2구 이장직도 맡고 있다. 복지회관 입구에 <김해뉴스>에 실렸던 자연마을 기사와 최근 불법쓰레기장을 깨끗이 치우고 꽃화분으로 조경했다는 기사가 나란히 붙어 있어 내심 반가웠다. 김 관장이 마을 사람들에게 기사를 소개하기 위해 붙여놓은 것이었다. 마을 취재를 할 때도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열정이 많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도서관장도 맡고 있었던 것이다.
 
김 관장은 "시골마을이라 농사일이 바쁘고, 책 읽는 습관이 안 돼 있어 도서관 이용률이 높지 않다. 도서관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에서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것은 시민과 학생들이 활용하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농촌마을의 특성을 살려 지역민들이 농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도서관의 모습도 갖출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관장은 농가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개설하고, 주변 환경을 이용해 숲해설 강좌 같은 것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김해 시내에서 가족 단위로 도서관에 와서 강좌도 참여하고, 4대강 사업 후 조성된 시산동산 쪽에서 캠프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시골마을이라 도서관까지 오는 교통편이 좀 불편하지만, 독후감대회도 열고 인근 학교 학생들이 오고 싶은 도서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이름에 '미래'가 들어가 있다. 우리 도서관은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곳이 될 것"이라는 김 관장의 열정이 시호미래작은도서관을 또 한번 변화시킬 날이 기다려진다. 도서관 후원 문의/055-346-7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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