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례면민들이 진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25년 전 만든 독서실과 새마을문고에서 탄생한 진례작은도서관. 지금도 진례의 어린이들은 도서관을 찾아와 책을 읽는다. 사진/박나래 skfoqkr@
4H 회원들이 '구심문고' 만들어 운영
2008년 현재의 모습 재단장해 유지
도서관 중에서도 김해도서관 다음 순위
장서 9300여권 갖춘 동네 주민 사랑방
문학 프로그램 '시 낭송의 밤' 계획


김해에 작은도서관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김해가 '책읽는 도시'를 선포한 2007년께부터다. 그런데 진례작은도서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보다 훨씬 오래 됐다.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진례 지역의 어린이와 학생들을 위해 지역의 유지와 어르신들, 고향을 위해 일하던 4H 회원들이 나서 '구심문고'라는 독서실을 만들었다.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독서실은 1987년 새마을문고로 활동을 넓혔고, 2008년 1월에는 진례작은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도서관으로 활동한 것만 25년이다.
 
김해에 최초로 김해도서관(경남도교육청 소속)이 세워진 것은 1985년, 김해시가 세운 첫 공공도서관인 칠암도서관 개관은 1999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진례작은도서관이 지나온 세월의 의미가 크다.
 

▲ 진례작은도서관 이상섭 관장(오른쪽)과 유인숙 사서.
이상섭(53) 관장은 진례작은도서관의 역사부터 소개했다. "예로부터 진례는 책을 많이 읽었던 고장입니다. 송씨 집성촌이 있었고, 유학자들도 많았지요. 시대가 변하면서 책 읽는 소리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가 어디 가나요. 시골에 산다고 아이들까지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마음에 독서실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김해지역의 작은도서관 중에서 제일 오래 됐죠."
 
작은도서관으로서도 그렇지만,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라는 점에서도 진례작은도서관은 김해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진 도서관이다. 기자는 내심 놀랐다. 진례면의 어른들이 당시 김해의 정책보다 훨씬 앞서 갔기 때문이다.
 
유인숙(47) 사서는 새마을문고 시절부터 근무했기에 10년이 훌쩍 넘는 경력의 보유자이다. 도서관과 청소년공부방 시설을 함께 갖춘 덕분에 진례의 착실한(?) 학생들은 대부분 이 곳을 거쳐갔다고 한다. 요즘처럼 독서실이 많지 않았던 시절, 청소년공부방은 학생들로 넘쳐났다. "지금도 진례면사무소 앞처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걷고 있으면, 낯 모르는 젊은이들이 와서 꾸벅 인사를 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책 읽고 공부하러 자주 갔던 OO입니다. 요즘도 도서관에 근무하세요?'라는 인사를 더러 듣지요." 유 사서는 은근히 진례의 젊은이들을 자랑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새마을문고 사서로 일을 시작했는데,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 됐어요. 책 읽는 엄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아이죠." 사서이면서 어머니인 그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독서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책 읽어라고 말만 하고 엄마가 다른 일을 하면 아이도 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임채준(진례초) 군은 "엄마가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면 똑똑해진다'고 했다. 진영한빛도서관과 진례작은도서관을 주로 이용한다. 도서관은 작아도 책이 많으니까 자주 오게 된다. 오늘은 수학 학습만화를 봤다"고 말했다. 진례작은도서관의 장서 수는 9천300여 권이다. 송봉근(진례초) 군은 "방학이라서 거의 매일 도서관에 온다. 10시 30분에 왔는데, 두 권째 읽고 있다. 12시까지만 책 읽고 집에 밥 먹으러 가야 한다"며 책장을 넘겼다.
 
이 관장은 김해시가 읍면 지역에 있는 도서관에 더 많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였다. 큰 도서관이 멀어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민과 청소년, 어린이들을 한 번 더 생각해달라는 의미이다. 그는 "진례작은도서관 주최로 근사하게 '시낭송의 밤'을 한 번 하고 싶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문학적 감성도 심어주고, 문학에 소질있는 아이들도 발굴해내고…. 멋지게 한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 멋진 시낭송의 밤을 진례작은도서관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김해의 문인들과 문학청년들이 힘을 보태주면 어떨까?
 
이 관장의 열정은 전국독서경진대회에 응모하려는 진례지역 학생들의 감상문을 도서관에서 대리접수 한다는 현수막에서도 나타났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는 자녀들의 책 읽는 소리입니다. 부모님들의 책 읽는 습관이 자녀들에게 큰 본보기가 됩니다." 이상섭 관장이 직접 쓴 문구이다. 도서관 후원 문의/055-345-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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