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생림면에서 발생한 화재로 김윤섭(33) 소방교가 세상을 떠났다. 며칠 후 전국 언론에서는 '김해에 제2소방서를 만든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소방서 설립의 주체인 경남도소방본부는 "신설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니 언론의 '베껴쓰기'가 빚은 촌극이었다.
 
제2소방서 추진 보도는 지난달 20일자 A신문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 신문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오후 김 소방교 빈소를 조문하자, 신열우 경남도소방본부장이 김해의 소방서 증설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홍 지사는 이에 소방서 증설을 검토하라고 허성곤 기획조정실장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한 통신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경남도소방본부는 오는 2015년 소방서 개설을 목표로 김해시 장유동에 제2소방서인 '김해서부소방서' 설립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A신문의 '소방서 증설 검토'가 '2015년 개서를 목표로 설립 추진'으로 바뀐 것이다. 한 신문은 아예 '김해소방서가 소방서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남도와 경남도소방본부에 문의했더니,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소방서 신설 권한은 경남도소방본부에게 있기 때문에 김해소방서가 신설한다는 보도는 가장 터무니 없다고도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홍 지사가 빈소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소방서 증설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나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남도소방본부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지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동료가 순직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도 아닌 내용이 보도돼 난감하다. 언론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오해가 생겨 기사가 잘못 나갈까 봐 조심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김해소방서 관계자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보다. 김해소방서는 신설 여부에 관해 답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소방서 신설은 경남도본부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결국 언론의 무분별한 베껴쓰기 관행으로 인해 상당수의 김해 시민들은 김해에 제2소방서가 신설된다고 믿게 됐다. 관련 기관들은 난처해 하고 있다.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