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내다보지 못한 지자체·주민 반성
제주도는 등재 후 시너지 효과 큰 혜택


아름답기로 소문난 설악산 국립공원. 그러나 1996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실패했다. 당시의 언론보도를 보면 '설악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좌절된 데는 설악산의 생태학적 특징과 희귀 동식물이 없다는 현지조사자의 견해가 결정적이었으나, 속초주민들의 맹렬한 등재 반대도 한몫했다'고 돼 있다. 설악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 개발에 제약을 받아 재산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신문기사는 그때의 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일부 주민과 속초시, 속초시 의회 등이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반대해온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설악산이 국립공원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개발에 각종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왔다. 심지어 주민들은 프랑스 파리로 가 반대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관리국과 환경단체들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국제적 명소로 알려져 관광수입이 증대되고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각종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받는다는 점을 내세워 설득작업을 벌여왔다.'(연합뉴스, 1996년 6월 13일자)
 
당시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하러 간 파리에서는,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가 집행이사회를 열어 설악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천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고 있었다.
 
문화재전문가들은 이 사례를 '설악산의 교훈'이라고 부른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의 없이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말해주는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유네스코 안에도 '설악산의 교훈'이라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다시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후 해외관광객이 더 많이 방문하고 이에 따라 관광수입과 고용기회가 늘어난 것을 봤기 때문이다. 또 세계유산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뒤늦게 변한 것도 한 이유다.
 
경남발전연구원 하승철 연구원은 "그때라면 지금보다 쉽게 등재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세계자연유산 등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설악산 사례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의와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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