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선 씨
친구 하던 가게 인수해 장사 뛰어들어
과거 미어터지던 손님 크게 줄어 큰 걱정

진영상설시장을 찾았다. 막 오전 10시가 넘었을 시각인데 이미 시장 입구쪽에는 상인들이 장사판을 벌여 놓았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가장 안쪽에 가면 '시장식육점'이 있다. 25년째 고기를 팔고 있다는 이종선(59·여) 씨가 주인이다.
 
이 씨는 신발을 벗고 가게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식육점 시작한 거는 1988년 4월 1일부터 아이가. 원래 친구가 하던 식육점인데 그 전부터 놀러 가면 일도 도와주고 그랬거든. 그라다 친구가 다른 지역으로 간다 캐서 내가 한 번 해보까 해서 시작했다 아이가. 친구 있을 때는 돈 받고 물건 담는 것만 하니까 일이 수월해보이드만, 막상 해보니까 그것도 아인기라. 고기도 썰어야 된다 아이가."
 
그렇게 해서 시작한 정육점 고기썰기가 25년이나 지났다. 장사를 처음 할 때만 해도 돼지 한 마리를 해체하는 데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은 족히 걸렸다는 그는 지금이야 1시간 30분이면 해치운다며 웃었다.
 
손님 한 명이 "산적할 것 좀 주소"하며 식육점에 들어섰다. 이 씨가 가게 한 쪽에 놓인 냉장고에서 소고기를 꺼냈다. 그제야 진열장을 보니 텅 비었다. 식육점이라고 하면 붉은 조명을 단 진열장에 부위별 고기가 한 가득일 것 같은데 의아했다. 손님을 보낸 이 씨에게 고기는 다 어디에 두느냐고 물었더니, 아까 고기를 꺼냈던 두 개의 대형 냉장고를 가리킨다. "평소에는 이 냉장고 안에 다 넣어놓는다 아이가. 밖에 내놔봐야 손님이 안 사간다. 오래 두면 고기가 꺼매지니까 손님이 오면 여기서 빼갖고 내주지."
 
방금까지 기분 좋게 웃던 이 씨의 얼굴에 잠시 걱정스러운 표정이 스쳤다. 장사가 예전만큼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인터뷰를 하는 한 시간 반 동안 고기를 사러 온 손님은 딱 한 명뿐이었다. 지금이야 이래도 예전에는 추석이 되면 손님들에게 고기 내주고 돈 받기가 바빴다고 한다. 2010년 12월 진영역이 이전하기 전에는 진영시장과 진영역이 가까이 있어 그 덕을 봤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씨네 가게에는 고기 사러 오는 손님 말고 '놀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이 씨가 평소에도 아는 얼굴이 가게를 지나가면 꼭 불러 커피를 한 잔 타주기 때문이었다. 찾아온 지인들과 언니, 동생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오래 장사한 여유가 느껴졌다. 넉넉한 인심은 남편 김우식(64) 씨도 마찬가지였다.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이 씨 가게에 오더니 "차 좀 불러주소" 했다. 이 씨는 남편 김 씨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장날이라 물건을 사러 온 할머니들을 김 씨가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다 나가고 놀러오는 사람들도 없고 장사도 안 되면 심심하지 않냐고 묻자 이 씨가 대답했다. "심심하지. 그래도 요즘에는 손주들 보는 게 낙이다 아이가. 손주들이 3살배기가 한 명, 2살배기가 한 명 있거든. 오후 4시 쯤 되면 가게에 온다. 장사가 안 돼서 걱정도 되고 가끔 바깥양반 과수원 짓는 거 따라다니다 보면 피곤할 때도 많은데, 갸들 보면 피로가 확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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